(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 게임스톱 사례로 확인된 개인 투자자의 이례적인 조직화 움직임에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과 달리 온라인을 구심점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가능해진만큼 일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게임스톱 사태와 비슷한 '군집 행동(Herd behavior)'이 국내에서도 나타난다면 당국으로서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행동이 나타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특정 집단의 시세조종이나 통정매매 등 구체적인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당국 '개인 투자자' 움직임 주시…"우려하긴 일러"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일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 연기하기로 의결한 임시 금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 위원장은 "가급적이면 시장 교란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가능성이 있는지 주의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차원에서도 이례적인 가격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미국 게임스톱과 같은 사례가 관측되진 않고 있다.

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상·하한가 제도로 주가 상승폭이 30% 정도로 정해져 있어 하루에 변동폭 제한 없이 오르는 나라와 다르다"며 "(게임스톱과) 똑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긴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비슷한 맥락의 언급을 했다.

김 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 참가자들의 군집 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 사례"라며 "디지털 거래 환경에서는 이 같은 군집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관련된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감정적 대응은 위험…국내 시장 영향은 제한적

국내 증시의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관련해 게임스톱발 개인 조직화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고, 국내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보도됐다"면서도 "국내의 경우 가격 제한폭 제도도 있고, 공매도 관련해서도 미국과 달리 여러 규제 장치들이 있어 시장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스톱 사태가 현재까지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닌 만큼 향후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화 움직임은 꾸준히 모니터링 사안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일 국내 개인 주식 투자자들의 연합회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성명서를 통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한투연은 거래소와 코스닥 내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합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게임스톱이 될 종목을 찾아 마치 '전쟁'처럼 사들이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물론 시장 환경이 바뀌고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긍정적이나 손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하고 간접투자 등 여러 수단으로 투자를 분산해야 하는데 한 종목에 집단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매매하는 게 시장 발전에 좋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급격한 움직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아직까진 낮다"며 "게임스톱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게임스톱 사태와 비슷한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SNS나 주식 카페가 워낙 활성화돼 있어 개인 투자자의 조직력은 분명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여러 제약으로 인해 미국처럼 엄청난 속도와 폭으로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작으나, 국내 주식 카페에서도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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