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톱 공매도에 저항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군집행동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일 공매도 재개 시점을 오는 5월로 연장했다. 현재는 제한적인 수준의 공매도만 이뤄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공매도 거래 상위 50종목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피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대한항공으로 4억8천829만원이 거래됐다. 포스코가 3억6천677만원, LG생활건강이 3억4천593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코스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많은 종목은 에코프로, 3억4천199만원, 씨젠 1억3천903만원, 씨아이에스 1억1천761만원 순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미국의 게임스톱 경우처럼 특정 종목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해 이익을 내는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투자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래소는 전일 유관기관들과 발표한 '공매도, 사실은 이렇습니다' 참고자료에서 우리나라 주식거래 중 공매도 거래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며, 2020년 기준 미국 46.7%, 일본 41.1% 등의 주요국에 비해 작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할 경우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롱숏 전략으로 공매도로 숏(매도)포지션을 취하면, 이와 함께 롱(매수)포지션을 함께 가져가는 셈이다.

따라서 공매도에서 숏스퀴즈가 발생할 경우 롱으로 보유한 부분에서도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를 했는데 집단화된 개인 세력이 엄청나게 매수를 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요즘에는 개인들이 SNS나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체로 공매도를 단독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한 종목을 공매도하면, 다른 비슷한 종목 또는 지수를 사두면 손실을 헤지할 수 있어 같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집중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은 내부 평가 방식도 한몫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롱숏펀드의 경우도 과감하게 숏을 가기가 쉽지 않다"며 "시장이 2% 빠져서 숏으로 1% 벌면 잘한 것이지만 시장이 2% 올랐는데 숏으로 3%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대 운용사 위주로 보더라도 매니저들은 시장 벤치마크 대비 아웃퍼폼이 중요한데 초과수익을 내는 것보다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나쁜 게 훨씬 평가가 안좋다"며 "시장이 올랐을 때 덜 사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용인되지만, 숏을 내고 있다면 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매도에 따른 숏스퀴즈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공매도 재개 시점이 연장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가 여의치 않게 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결집할 경우 숏스퀴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운용 담당자는 "누가 공매도를 하든 숏스퀴즈를 당하는 경우는 있다"며 "주식을 빌려 팔았는데 주가가 오르면 손실이지만 이때 손절하거나, 더 팔 거나, 버텨야 하는데 미국 게임스톱 사례처럼 50% 손실을 볼 때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돼 있는지도 봐야겠지만 공매도와 함께 어느 쪽을 매수했는지도 봐야할 것"이라며 "지금은 공매도하기가 어려우므로 주가가 올라가는 걸 봐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없는 게 주가를 올리는 건 아니다"며 "어느 쪽이든 세력화된 일시적 상황에서 오버슈팅이 있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부분은 공매도의 긍정적 효과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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