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재부의 나라' vs '기재부 패싱'
[데스크 칼럼] '기재부의 나라' vs '기재부 패싱'
  • 황병극 기자
  • 승인 2021.02.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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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문제가 쟁점인데, 저도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획재정부의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기존 정책 유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두고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겠다던 정부안에 야당 한 국회의원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입법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니 행정부인 기재부는 '패싱' 하겠다는 취지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의 결정 권한이 사실상 국회로 넘어갔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뚱맞게도 4차 재난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놓고 다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심지어 정치인 출신인 정세균 총리와 기획재정부 사이의 불협화음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손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에 미온적인 기획재정부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면서 강하게 질책했다. 여당은 홍남기 부총리의 사퇴론까지 거론하면서 기획재정부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형과 보편형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에, 홍남기 부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받아친 탓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상시국으로 감염과 무관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경제 대책이 절실하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더욱이 기획재정부는 주인인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곳간지기다. 재산을 처분하는 최종적인 결정은 공복(公僕)으로 통하는 공무원인 기획재정부의 몫이 아니라 주인인 국민의 몫이란 의미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곳간이 튼튼한 것은 그간 곳간을 잘 관리한 기획재정부의 수고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재정을 아껴온 국민의 고통 분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획재정부에 곳간지기 역할을 게을리하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처한 현재 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제의 위기다. 그에 따른 피해도 업종이나 계층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재난지원금의 지급이 불가피하다면 모든 업종과 계층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되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피해가 큰 사람들에 선별적으로 지급되는 게 바람직하고 그 효과 또한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오히려 자산이 급증한 사람들에게까지 현금을 뿌리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한 무차별적 현금 살포에 신중해야 한다. 취지야 어쨌든 모든 국민에 대한 현금지원은 막대한 국가부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이 되풀이되면 국가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환율과 금리가 요동치면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악의 경우 재정정책에 사용될 국고채 발행도 어려워지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재정정책 운신의 폭도 위협받을 수 있다. 개발경제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경제관료가 모든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다수의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 정책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이제는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만을 놓고 서로 싸울 게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각종 복지예산과 미래세대를 위해 비어가는 국고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서도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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