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한진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현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진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조 부사장을 겨냥해 한진가의 가족 중심 경영을 전면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당초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대한 정관 변경의 안건과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예정된 수순이었으나 HYK파트너스가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면서 쉽게 추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총회가 3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안건은 늦어도 3월 초에는 확정돼야 한다.

조 부사장이 지난 연말 ㈜한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내이사 선임은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져 왔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이 산업은행과 맺은 계약에 따라 지주회사 한진칼과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서 모두 손을 떼고 종합물류기업인 ㈜한진에서의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사회 합류는 내부 장악력을 키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이르면 내년 초 ㈜한진 대표이사에 올라 ㈜한진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 전무가 ㈜한진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진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이다

조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하려면 사내이사인 류경표·노삼석 대표이사와 주성균 전무의 임기가 2023년 3월까지로 2년 남은 데다, 정관상 이사회 구성은 8명 이하여야 하고 사외이사 비중이 반수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정관 변경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표 대결로만 보면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 부사장의 우호 지분은 최대주주인 모회사 한진칼 등을 포함해 27.45%다. 여기에 GS홈쇼핑(6.62%)과 우리사주조합(3.98%)까지 포함하면 38.05%다.

반면 HYK 지분은 9.79%이며, 국민연금도 6.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일반 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

다만 HYK파트너스가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한진그룹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맞대응을 선택할 경우 경영권 분쟁을 선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HYK파트너스는 지난달 ㈜한진 이사회에 이번 주주총회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담긴 내용 증명을 보냈다.

HYK파트너스는 주주제안에서 정관 일부 개정의 건과 이사회 참여를 위한 사외이사 선임안, 비상무이사 선임안, 배당 확대 등을 제시하면서 조 부사장의 승진을 지목, 한진그룹 오너들이 재벌 가족 중심의 경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YK파트너스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완전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꿀 것을 요구한 것 역시 조 부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사장이 오너 일가로써 ㈜한진을 독단적으로 경영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항공 계열사에서 모두 물러나고 ㈜한진으로 무대를 옮겨 급하게 승진하면서 분쟁의 빌미를 줬다"면서 "분쟁 없이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기에 사내이사 선임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자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면서 조 부사장의 심기도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