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본부)과 SK이노베이션이 2019년부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여왔던 배터리 소송이 LG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10년간 미국 수출 금지라는 결과를 받아 들며 큰 타격을 입게 된 SK이노베이션은 합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일부 LG 측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일부 제품의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 팩 및 구성 요소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ITC가 포드에 대해 4년, 폭스바겐 2년 수입 허용이라는 예외 조항을 뒀지만, SK이노베이션은 패소로 받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배터리는 물론 관련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내 수입이 전면 금지돼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데다,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차기 물량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ITC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도 승소하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결정된 제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약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ITC가 이번에 결론을 낸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에도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소송 결과도 올해 하반기에 줄줄이 결과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같은 해 9월 LG에너지솔루션을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LG가 SK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올해 7월 19일, SK가 LG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올해 11월 30일에 ITC 최종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이어지는 소송이 이번 ITC 결정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은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오래 끌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국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여론 역시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이번 소송 과정에서 지출한 소송비용만 4천억원에 이상에 달한다.

ITC 소송은 민사소송이어서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즉시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양사는 국내외에서 소송을 벌이면서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놓았고,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는 협상단을 꾸려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 제시한 배상금 격차가 워낙 커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천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금액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심의 등 ITC에서 남은 절차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60일간의 대통령 심의 절차를 거친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생산 차질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 특허 쟁송 절차상 통일을 기하기 위해 법원 판결이나 ITC 심결에 불복할 경우 모두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심리하며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미국 대통령 심의 등 남은 절차를 통해 SK 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집중적으로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이런 입장에 대해 ITC 최종 결정 이후 60일간의 미국 대통령 심의 기간에 영업비밀 침해 건에 관해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총 6건이었고, 이 중 5건이 항소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바뀐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2월 ITC의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이 결국 합의에 실패할 경우 소송은 장기화할 수 있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어느 한쪽이 항소하면 1년 이상 소송이 장기화할 수 있다.

델라웨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가 거듭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ITC 최종 결정을 전후해 양 그룹의 총수가 나서 극적인 타협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특히 차기 서울상공회의소와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상의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직접 만나 배터리 소송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 만남 자체에 대해서도 SK와 LG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라면서도 "최태원 회장의 상의 회장 취임에 어떤 식으로든 대승적인 결론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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