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며 증시에서 초대형 유니콘으로 꼽히던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갔다.

로켓배송으로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쿠팡이 한국 증시가 아니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으로 거론되는 점은 차등의결권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보유한 지분율에 비해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인다. 차등의결권을 가질 경우 현재의 창업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쿠팡은 이번에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식을 A클래스(1주당 1의결권)와 B클래스(1주당 29의결권)로 나눴다. 김범석 의장이 주당 29배 의결권을 가진 B클래스 주식을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막강한 의결권을 가진 '황금주식'이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경우 앞서 알리바바가 상장하면서 차등의결권을 적용받은 사례가 있다. 알리바바는 상장 직전 홍콩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인정 여부가 불거진 후 미국 NYSE에 상장했다.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이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하도록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최대 10배 정도가 언급됐다.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지난 12일자로 공시된 쿠팡의 S-1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차등의결권(Dual-class)구조로 인해 A등급 보통주 가격이 낮아지거나 더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FTSE러셀과 S&P 다우존스의 경우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지수에 포함할 수 없을 수 있어 이로 인해 이들 지수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A클래스 보통주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밸류에이션 평가도 쿠팡이 미국 증시로 입성하는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됐다.

미국 증시에서 쿠팡은 30조~55조원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도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13조2천400억원으로 직전연도 7조1천500억원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2013년도 478억원의 매출에 비하면 성장곡선은 현저히 가팔랐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장했을 경우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388조원 규모다. 쿠팡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 증시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주목받을 가능성도 큰 셈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쿠팡의 성장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1월25일 쿠팡의 나스닥 상장 예비심사 소식에 따른 보고서에서 "쿠팡은 지속적인 수수료 수익 증가와 물동량 증가에 따른 택배단가 하락으로 21년도부터 본격적인 손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소매시장 내 쿠팡의 점유율이 2021년도 5.8%에서 2022년도에는 7.8%로 예상되며,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 내 온오프라인 인프라 융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에 새로운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길재욱 한양대학교 교수(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는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대기업이 ADR 형태로 상장하기는 했지만 쿠팡처럼 이슈화되면서 미국 증시에 직상장하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IPO를 한다면 한국 국내시장이 그렇게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젊은 기업에 큰 메시지를 줄 만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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