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신청한 배경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이 꼽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박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재벌 세습이 제도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쿠팡이 한국 증시에서 상장하지 않은 이유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곡해하고 있는데 전혀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는 지주회사 격인 미국회사 Coupang LLC"라며 "Coupang LLC를 미국에 설립하고 Coupang LLC가 투자를 유치한 것이었으므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IT 유니콘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홍콩 등 몇몇 증시들도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의 상장을 허용했으나 주요 기업은 거의 모두 미국에서 상장했다"며 "마치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가 국내 리그에서 뛰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 네이버 등은 차등의결권 없이도 국내에 상장했다"며 "이에 비해 이스라엘의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도 미국에 상장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 문제가 아니라 자본조달의 용이성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들은 제도적 이유로 100% 자회사를 보유하고 그렇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오남용의 문제도 제한적"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심각한 경우에 차등의결권 주식 허용의 득은 거의 없으나 사회적 폐해는 엄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력집중은 더욱 심화하고 재벌세습은 제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오히려 "쿠팡은 과거 롯데그룹과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질 수 있다"며 "국내법과 미국법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맹점들을 악용할 개연성에 대해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쿠팡 미국 상장으로 차등의결권이 부각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서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에서 차등의결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게 다 명쾌하게 프라이싱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차등의결권이 존재하는 주식은 프라이스 디스카운트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회사 내 벤처 등을 빌미로 차등의결권이 제도로 도입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소위 K-경영권 승계 수단을 인정하게 되는 최악의 정책 결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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