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정치권 압박…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고민'
거세지는 정치권 압박…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고민'
  • 진정호 기자
  • 승인 2021.02.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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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용해 문제 있는 기업을 압박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 정부의 기조에 일정부분 보폭을 맞춰야하지만 정부 입맛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면 외풍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때부터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해왔는데 여권의 압박으로 주주권을 졸속 이행하면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포스코와 CJ대한통운 등을 문제기업으로 규정하고 국민연금이 적극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됐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코건설, 포스코 포항제철, 광양제철 세 곳에서 5년 동안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10년간 관련 이사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는데 위법행위에 대한 이사회 감시의무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연금은 포스코 최대 주주"라며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업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산재왕국 포스코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방치한 CJ대한통운 등 문제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한다"고 보조를 맞췄다.

최근 여권과 친여단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이행하라고 강력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는 앞서 지난달 말에도 국민연금 이외의 다른 연기금도 투자할 때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를 반영해야 한다며 연기금의 주주활동을 촉구한 바 있다.

친여단체인 참여연대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자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지난달 열린 기금위 회의에서 위원 7명과 함께 포스코, CJ대한통운 등 7개 문제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안건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위원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은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넘어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 여당 정치인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압박도 아직은 별다른 효력이 없다.

하지만 여권이 올해 들어 강경하게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연기금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지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적용하라고 연기금을 압박하는 것은 선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며 "외부 압박과 관계없이 사안별로 내부 검토를 거쳐 문제가 있을 경우 주주활동에 나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으로서도 여권이 압박한다고 무작정 포스코와 CJ대한통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수탁위 활동에 관해선 사안별로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탁위가 중점 관리 기업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직접 사외이사를 파견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설사 기준을 충족해도 사외이사를 파견하려면 3년간 비공개 주주대화와 공개 주주대화, 비공개 서신, 공개 서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 내부규정상 정권 입맛에 따라 기업을 섣불리 압박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선 국민연금이 특별안건 등의 패스트트랙 형식으로 포스코와 CJ대한통운 등에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국민연금으로선 졸속 이행에 따른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때 여러 절차와 검토 단계를 둔 것은 외풍에 쉽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권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겠지만 정해진 원칙대로 주주활동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에 나서더라도 실효성이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할 때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과적으론 분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 1월에는 국민연금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이 2조5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나섰을 때도 반대 의견을 냈으나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었다.

공제회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기업 경영진과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결국 바뀐 것은 없었다"며 "앞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듯 유효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아 '종이호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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