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결산 배당금을 대폭 축소했다.

지속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해 온 국민연금에 눈치가 보이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배당금 마련도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리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이익 급감에도 기존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천800원으로 전년(3천800원) 대비 축소했다. 배당금 총액도 791억원으로 전년보다 26.3% 줄었다.

2018년 배당금이 5천200원, 총 1천500억원을 배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신세계도 배당금으로 주당 1천500원을 책정하고 총 148억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주당 2천원을 배당한 것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이명희 회장이 자신의 이마트 지분 8.22%를 아들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백화점 지분 8.22%를 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당시 신세계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주당 배당금이 1천500원이 되지 않을 때는 최저 1천500원 배당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주주환원정책의 약속을 지키기는 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최저 배당금 수준을 낮게 잡았고 총 배당금 규모도 50억원가량 줄었다.

배당금이 줄면서 오너들이 받는 배당금도 확 줄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년보다 약 20억원 줄어든 81억원 가량을 배당을 받게될 전망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배당금도 전년보다 각각 1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이 배당을 줄인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0%가량 감소하면서 지난 2000년 이후 20년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신세계도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액은 전년대비 25%, 영업이익은 81% 급감했다. 지난 2분기에는 4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 2011년 이마트와 계열분리한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예기치 못한 환경 변화로 확대 기조를 유지할만한 체력이 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불확실한 업황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배당금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기업들은 그동안 경영실적에 비해 배당은 적다는 '짠물배당'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러한 저배당 기조 때문에 국민연금의 표적이 되어왔다.

국민연금은 이마트와 신세계,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선언한 이후 저배당 정책을 고수해 온 유통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 왔다.

국민연금은 재무제표 승인을 거절하거나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에 반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고, 이들 기업은 국민연금을 의식해 최근 2~3년 간 자진해서 배당 성향을 높여왔다.

여기에다 증여세 등 대주주의 현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도 배당을 늘려왔으나,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자 이마저도 여유가 없어졌다.

시장에서는 유독 현대백화점만 부진한 실적에도 지난해 배당금을 줄이지 않은 데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며 1천358억원에 그쳤지만, 배당금은 전년과 같은 주당 1천원씩 총 221억원을 책정했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지분율을 2018년 말 10.89%에서 지난해 말 13.5%까지 확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지분(17.1%)와 4%포인트도 차이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의 2대 주주로 비공개 중점관리기업(2017년), 공개중점관리기업(2018년)으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배당확대를 요구해 오다 2019년 현대그린푸드가 배당성향을 2배로 대폭 확대하면서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롯데쇼핑과 신세계 지분율은 줄였지만, 현대백화점 지분은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번 배당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만 실적 부진으로 사내유보금까지 활용하며 배당을 하는 게 맞는 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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