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 목표를 밑돌고 있다. 백신에 따른 경제 추가 재개로 소비 지출이 늘어나 향후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수치가 올라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일시적일 수 있다. 지금 출구에 집중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내놓은 경제와 물가에 대한 진단이다.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연준의 출구전략을 우려할 시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듯싶다. 코로나19 백신의 등장과 맞물려 코로나19로 촉발된 극한의 디플레이션 공포가 주춤해진 가운데 경기가 서서히 반등하고 물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실상 무한대로 풀린 유동성도 이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이뤄진 초저금리 정책과 막대한 현금 살포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을 접하기도 전에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벌써 연 1.30% 선까지 도달했다. 작년 말 0.90% 수준에 머물던 것이 기준금리 동결에도 0.4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1.3%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 0.4%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국고채 수급 부담으로 한국의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작년 말 연 1.71%에서 전일 1.862%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대규모 경기부양과 각종 재난 지원을 위해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정부발 국고채 발행물량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채권금리도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국내외 투자자도 리플레이션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등 각종 상품가격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이미 코로나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상품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 상승은 채권금리 상승을 다시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주식시장도 잇따른 국채금리 상승이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작년 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던 코스피지수도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유동성을 호재로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가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 땔감을 찾는 상황에서,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라는 불편한 모멘텀을 만난 탓이다. 물론 국채금리 상승 자체가 일방적으로 자산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영끌'과 '빚투' 등으로 대표되는 저금리에 기댄 유동성 환경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채권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과거 겪었던 위기국면과 달리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는 물론 코로나 국면에서 급속도로 늘어난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기업이나 가계의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거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모든 경제주체를 안고 가는 경제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만병치료제로 사용된 초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살포가 자칫 인플레이션의 역습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0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