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를 3조4천억원대로 평가받아 3년여 만에 두 배 넘게 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칼라일로부터 약 2천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내용의 주주간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에서 칼라일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3조4천200억원(포스트머니 기준)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가 3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일본 오릭스캐피탈 등으로부터 5천억원의 자금을 유치할 당시 기업 가치로 약 1조6천억원을 평가받은 바 있다.

칼라일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가치 평가를 위해 이례적으로 10배 넘는 주가매출비율(PSR)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플랫폼 기업들에 높은 PSR 배수가 매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1위 모빌리티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점수가 급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앞서 KB금융지주와 코리안리재보험을 비롯해 금융 부문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칼라일 측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및 데이터 역량은 더욱 매력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T' 플랫폼은 2천800만명 이상의 이용자와 전국 25만명의 택시기사, 15만명의 대리 기사 등을 확보하고 있어 이동과 관련해 방대한 결제·운행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업체들이 금융 상품 기획과 판매 등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는 칼라일이 앞서 투자한 금융업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모색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실제로 보험업계는 최근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금융데이터를 상품 설계에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를 요율 최적화 보험 상품 설계에 활용하려는 요청을 계속해서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 영역에 관심이 높은 칼라일 역시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업에서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 역시 몇 년 후 투자 회수(엑시트) 플랜을 고려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긍정적인 평가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2017년 167억원에서 이듬해 536억원, 2019년 1천4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약 3천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내 1년 만에 약 3배에 가까운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에도 카카오에서 분사한 이래 계속해서 적자를 내왔는데,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를 상쇄하는 분위기다.

올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와 '벤티' 등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코엑스와 에버랜드 등 주차장 사업의 외연을 넓히면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운영책임자(CIO)는 지난 9일 2020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업 안정화에 따른 비용구조 효율화 등에 따라 하반기부터 성장해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 투자 유치에서 기업 가치를 대폭 끌어올리며 향후 상장 시 기업가치가 얼마나 불어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상장 시 기업가치가 7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칼라일은 투자에 나선 지 1년여 만에 두 배를 넘는 상장 차익을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초기 투자자인 TPG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오릭스캐피탈 역시 거액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사업의 생태계 확장과 매출 고성장 등을 고려하면 IPO 시점에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더욱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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