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셀트리온과 현대자동차 등 12개 기업에 대해 투자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이후 주주활동을 강화하는 기조지만 당장 적극적 주주활동이 필요 없는 기업에 대해선 투자목적을 바꿔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연합인포맥스의 보고자별 대량 보유종목 화면(화면번호 3421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기아차, 삼성화재, 한화, 현대제철, 현대차,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생명, 지투알, LG생활건강, 셀트리온, 현대백화점 등 12개 기업에 대해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 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 참여가 가능한 단계다.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투자를 단순투자로 공시한다. 기업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둔다면 해당 기업의 경영을 더 면밀히 감시하고 주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주로 경영 제반 사항에서 논쟁거리가 있는 기업이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대상으로 분류되는 만큼 단순투자로 바뀐다면 적어도 현재로선 개입할 사안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순투자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의 주주권만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56개사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권리행사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3법) 시행령 개정안이 당월 시행되면서 주주권 행사의 걸림돌이던 이른바 '5%룰'도 완화해 이들 기업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이었다.

이때 당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국전력을 제외한 기업들은 모두 투자목적이 일반투자로 변경됐다. 이번에 투자목적이 단순투자로 바뀐 기업들은 대부분 이때 일반투자 대상이 됐던 것인데 1년이 지나 단순투자 대상으로 분류된 것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5%룰 개정 후 '경영권 영향 목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을 대거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며 "이번에 단순투자로 변경한 기업들은 그간 비공개 대화 등으로 안건이 조율됐거나 주주권을 이미 행사해 투자목적이 변경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5%룰이 완화되기 전까진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경영권 영향 목적'이거나 '경영권 영향 목적 없음(단순보유)'으로 투자목적을 공시해야 했다. 투자목적이 '경영권 영향 목적'일 경우 1% 이상 지분 변동시 5일 이내에 변동 내용을 상세히 공시해야 하는데 투자전략이 외부에 노출돼 기관투자자들은 꺼려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투자 항목이 신설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지분율이 변경될 때 5일 이내가 아닌 월별 공시만 하면 돼 한층 부담이 덜해졌다. 단순투자로 바꾸면 분기별로 공시할 수 있어 경영개입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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