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한화생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화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외화채권 비중을 축소한다.

외화채권 투자를 확대하면 자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탓이다. 향후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부채는 국내금리에 노출되는 반면 외화채는 해외금리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한화생명은 또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서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는 만큼 채권 비중을 확대해 금리위험에 대응할 계획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원화채 투자를 확대하고 외화채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생명은 다만 시장 상황과 금리 수준을 보면서 채권을 운용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한화생명은 해외채권을 6조원 줄이고 국내채권을 확대했다.

실제로 한화생명 채권에서 국내채권 비중은 2019년 4분기 55%, 작년 1분기 57%, 2분기 60%, 3분기 62%, 4분기 66%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 비중은 45%, 43%, 40%, 38%, 34%를 기록했다.

국내외 채권 비중 차이는 2019년 4분기 10%포인트에서 지난해 4분기 32%포인트로 확대됐다.

한화생명 운용자산에서 국내채권은 2019년 말 39조7천20억원에서 작년 말 48조5천930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증권은 27조6천540억원에서 20조7천650억원으로 24.9% 감소했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 운용자산은 98조5천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한화생명이 올해도 원화채 비중을 늘리는 것은 외화채 투자를 확대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를 시가평가한다"며 "부채는 국내금리에 노출되는 반면 해외채권은 해외금리에 노출된다"고 했다.

이어 "국내금리와 해외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생명보험업계에서 외화채 투자를 가장 많이 한 한화생명이 원화채 투자를 확대하는 것에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업계에서 한화생명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20.2%로, 가장 높다. 교보생명(19.1%)과 삼성생명(17.8%)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보험사도 한화생명처럼 원화채를 확대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그런데 IFRS17에서 외화채 투자가 변동성을 키운다고 보험사가 판단하면 외화채 투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보험사도 이런 판단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한화생명은 올해 원화채 투자 확대와 함께 채권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킥스와 IFRS17 도입 시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는 탓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보험사가 올해도 초장기채 매수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5일 송고한 기사 '보험사, 작년 초장기채 투자 50% 증가…올해도 이어질까' 참고)

지난해 지급여력(RBC) 기준 한화생명 부채 듀레이션은 10.21년이다. 자산 듀레이션은 9.60년이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지난해 자산듀레이션을 액티브하게 늘렸다"며 "그 이전에는 듀레이션갭에서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었는데 이제는 경쟁사 수준으로 맞췄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관점에서 갭을 축소하기 위해 채권을 늘리고 있다"며 "킥스 기준 부채 듀레이션은 15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장기채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금리가 상승해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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