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한 연기금의 순매도세가 지수 상단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이 자산 배분 비중을 목표치에 맞춰 조정하면서 상반기 내내 코스피는 매물 부담을 소화할 전망이다.

22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날까지 38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거래일 기준으로 38거래일 간 누적 순매도액은 12조 1천6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02년 1월 2일부터 확인한 결과 연기금 등 주체의 순매도 기간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날까지 38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최장기"라고 말했다.

연기금 등의 연속 순매도 기록은 이전까지만 해도 12년 전인 2009년(8월 3일~9월 9일)의 28일로 이보다 10일 긴 셈이다.

연기금은 자산배분 재조정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주식 보유 비중 축소에 나서 당분간 증시에서 매물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신흥국 주식 시장 강세 속에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목표 비중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과 '202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은 15% 내외로 축소해야 한다.

올해 말 해외 주식 비중은 25.1%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늘어난 반면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6.8%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선 지난해 6월 이후로 기간을 확대해보면 코스피에서 연기금 등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총 19조8천40억원 가량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올해 목표한 국내 주식 비중을 맞추려면 가을 전까지 매일 쉬지 않고 3천억원씩 팔아야 한다"며 "30조원가량의 매물이 나오는데 개인들이 아무리 사봤자 지수 상단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 1천 조원 때의 기준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인데 현재 2천조 원 시대에 연기금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며 "연기금이 방향성 있게 대량의 매도 물량을 내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연기금의 속도를 고려할 경우 올해 하반기 정도에 목표 비중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레벨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단순 계산하면 연말까지 추가로 가능한 연기금 코스피 순매도는 30조원대로 판단한다"며 "자산 배분 목표달성 시점이 연말이고, 코스피 연내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동시에 고려하면 연기금 순매도 속도는 6월 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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