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사모펀드 KCGI가 보유 중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26.6%(279만8천574주)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해욱 DL 회장(52.3%)에 이어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에 오른지 1년 반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이다.

KCGI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인수 후보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등 비공개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DL그룹(옛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으며, 지분 인수 당시 목표했던 수익률도 조기 달성함에 따라 엑시트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CGI 측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약 20%의 연평균수익률(IRR)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지난 2019년 9월 통일과나눔재단은 보유하고 있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3만7천348주) 전량을 1천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KCGI는 캘거리홀딩스(15.3%), 돌핀홀딩스(11.3%), 그레이스홀딩스(6.1%) 등 유한회사 3곳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그레이스홀딩스 보유 지분을 우선 매각했다.

KCGI가 나머지 지분도 처분하기로 한 이유는 DL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투자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CGI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인수 당시 "대림산업(현 DL)은 수주사업으로 경기 부침이 심한데다, 낮은 배당 성향과 수익률로 주주 이익 환원 역시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그룹 내 잔존하는 경영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의 핵심인 DL의 최대 주주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DL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이 21.67%에 불과해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약한 상태였으므로 KCGI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한진그룹처럼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보다 DL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게 목포였다.

KCGI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림코퍼레이션 기업공개(IPO)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시장에서는 DL 오너 일가가 비상장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과 상장회사인 DL이 합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고, KCGI 역시 이를 노렸다.

하지만 DL은 지난해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DL 주식회사'와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DL E&C, 석유화학회사인 DL케미칼로 분할하는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망은 다소 빗나갔지만, DL그룹의 지주사 체제를 출범을 계기로 계열사들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KCGI는 투자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1일 기업분할을 단행한 대림산업은 DL그룹으로 한 달 만에 거래를 재개한 이후 시가총액이 20%가량 상승했으며, DL E&C 역시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DL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이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KCGI의 역할도 축소돼 예상보다 빨리 엑시트를 결정한 것 같다"면서 "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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