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들의 대체투자 실적이 신용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체투자 부문에서 1천600억원 규모의 자산손상차손을 기록한 롯데손해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손보는 보험금 지급능력평가(IFSR)에서 'A(안정적)'를,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에서 'A-(안정적)'와 'BBB+(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적자로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한 탓에 향후 신용등급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사 자산운용부문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수익성이 좋았던 항공기 자산 등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며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관련 손실이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투자자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약 3조5천억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의 실적 악화는 롯데손보뿐 아니라 미래에셋생명과 KB손해보험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 1천407억원 수준의 흑자를 거뒀던 미래에셋생명은 해외자산 평가액이 줄면서 지난해에는 1천1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KB손보 또한 미국 호텔 투자에 발목을 잡히면서 실적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코로나19로 자동차보험 등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호실적을 예상하는 평가가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기순이익은 30%가량 빠진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 또한 보험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부문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총자산의 6.5% 수준인 70조4천억원이다.

특히, 금감원은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과 항공 부문에서 펀드 가치 하락이 발생하면서 총 1천94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은 투자 손실이 나오지 않았지만, 차주 부도나 공사 지연·중단 등 부실 징후가 있는 자산도 2천721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심화하면서 투자조건의 조정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자산도 1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자본확충 계획을 제시한 푸본현대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앞둔 신한생명 정도를 향후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평가한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초 4천580억원 유상증자와 1천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더해 총 6천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유증 규모는 푸본현대생명이 보유한 자기자본의 절반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크다.

한국기업평가는 "푸본현대생명이 유상증자 완료하면 지급여력(RBC)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규제강화에 대한 대응력이 제고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외형성장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 전망과 적정성평가(LAT) 제도 강화 일정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의 안정적 관리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자가 계획대로 완료될 경우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이 업계 평균을 넘어 200% 후반까지 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생명 또한 통합 이후에는 67조원 이상의 자산을 확보하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전통적인 '빅3' 구도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 점이 신용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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