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면서 그간 회사채 투자의 '큰 손'으로 활약했던 보험권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사를 시작으로 ESG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중소형사들도 관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5일 "그간 금리 등의 측면에서 ESG채권의 매력이 강하지 않아 보험권에서의 투자 수요는 크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채권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공사채 중심이었던 ESG채권은 올들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SK,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들과 카드·캐피탈 등 금융사들까지 발행 주체로 나서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ESG채권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특수 목적 채권이다.

최근 전기·수소차와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의 전략과 맞물려 발행 규모도 크게 느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 사이에도 자산운용 관점에서 ESG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수요예측이 진행된 현대중공업의 2년물 ESG채권에는 교보생명이 200억원 규모의 주문을 넣기도 했다.

지난 16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SK의 ESG채권에도 코리안리와 현대해상, 삼성화재, NH농협생명, 신한생명 등이 참여했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자산운용 관계자는 "ESG가 향후 주된 흐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왕이면 관련 채권을 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일반 회사채의 경우 따라가지 않았을 가격도 ESG채권인 경우 고민을 한 번 더 해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적 기관인 연기금에 비해 자체적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ESG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향후 ESG채권 발행 규모에 비례해 보험사들의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기는 하겠지만, 이는 ESG채권이 갖는 프리미엄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회사채 수급과 보험사 내부의 듀레이션 관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흐름에 탄력이 붙기 위해서는 보험권의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탈석탄 등을 선언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관련 투자시 위험계수를 조정하는 등의 현실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운용수익률 악화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ESG채권에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사별로 내부 전략을 마련하는 가운데 전날에는 업계 사장단이 모여 공동으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ESG 관련 위험을 담보하는 위험보장자, ESG 투자 등을 통한 ESG경영 확산 촉진자, ESG 경영 실천주체로서 보험산업 역할을 기대한다"며 "금융당국도 제도를 개선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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