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는 고용 쇼크 등 실물 경제 부진이 꼽힌다.

늘어난 가계부채에 금융 불균형 위험이 커졌지만, 경기 부진을 고려해 완화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정책 기조를 유지한 점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로 유지했다. 작년 3월 임시 금통위에서 50bp 인하하고, 5월 추가로 25bp 내린 후 동결 결정이 이어졌다.

◇ 가파른 가계신용 증가세…1월 증가액 기준 역대 최대

가계부채는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며 통화 당국의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7조6천억 원 늘어 996조4천억 원(1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6조7천억 원 늘었던 작년 12월과 비교해 증가 폭이 커졌다. 1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지난 2004년 속보 작성(2004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 원 급증했다. 주택 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져 전월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기타대출의 증가 폭도 작년 12월 4천억 원에서 지난달 2조6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주택거래 및 주식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주택시장은 공급대책이 발표된 후 매맷값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2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도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답변이 많았다.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29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역대 최고치(132)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인플레 우려 못지않게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선 기준금리 인상이나 본격적인 정상화를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고용 쇼크 등 실물 경기 부진에 완화 기조 그대로

이처럼 금융 불균형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금통위가 현재의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경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쇼크 수준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581만8천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8만2천 명 감소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12월(-128만3천 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산업활동 지표에서도 내수 부진이 확인됐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0년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은 1.1%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숙박ㆍ음식점(-27.3%), 운수ㆍ창고(-3.2%) 등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물가도 한은의 목표 수준을 크게 밑돌아 완화 기조 유지의 필요성을 더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 0%대 행진을 이어갔다. 근원물가도 0.9% 상승에 그쳤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그 부분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특히 겨울철 국내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등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완화 기조를 유지한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일(미국 시각)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은 이어질 것"이라며 "채권 매입은 현 속도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국내 통화정책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물가 우려가 크지 않다는 발언과 경기 상방 요인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점을 볼 때, 한은이 단기 내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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