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빅 브라더' 논란, 한은의 역습
[데스크 칼럼] '빅 브라더' 논란, 한은의 역습
  • 한창헌 기자
  • 승인 2021.02.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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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은 수세적인 조직이다. '선빵'은 자제한다. 어느 기관이든 공격이 들어왔을 때 호락호락 물러나는 법은 없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역공에 나서기도 한다.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판단됐을 때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빅 브라더' 논란이 불거진 것, 한은의 대표적인 역습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윤관석 정무위원장을 중심으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를 금융결제원을 통해 수집·관리하고 이를 금융위가 감독하는 전금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한은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지급결제 관련 업무를 금융위가 침범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한은과 금융위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다. 비영리사단법인 금융결제원에 대한 주도권 싸움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결제원의 역대 사장 자리는 한은 몫이었으나, 현 사장은 금융위 관료 출신이 맡고 있다. 금융위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융결제원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까지 갖게 된다면 금결원에 대한 완전한 장악이 가능한 구조다.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은 평소 도덕성을 중시하는 한은이 가장 아프게 받아들이는 포인트다. 작년 말과 연초 금융위의 개정안 작업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빅테크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도 커진 만큼 조건부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한은 안팎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은이 '빅 브라더' 카드를 들고 다시 나선 건 최근인 이달 중순께다. 학계에서 먼저 전금법 개정안이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취약성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한은은 복수의 대형 법무법인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법률가들은 개정안에 빅 브라더 이슈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빅 브라더 이슈와 관련 가장 쟁점이 되는 건 빅테크의 외부청산 의무화 내용이다. 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간 거래인 외부거래는 금결원의 청산 절차를 거쳐 한은이 결제를 하지만, 은행 내부 거래는 자체 회계처리로 종결된다. 내부 거래는 금융결제원 결제시스템에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금융위 개정안에는 빅테크의 내부거래, 즉 가입자 간 거래도 금결원 시스템을 통한 청산을 의무화하고 있다. 빅테크의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라 빅 브라더법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빅 브라더 이슈만이 아니다.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우려 요인이다. 빅테크 내부거래까지 금결원 시스템을 거치게 되는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현재 금결원 시스템을 통하는 은행간 결제 정보는 하루에만 수천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빅테크를 통하는 거래 정보도 하루 1천400만 건에 달하는데, 내부거래 건수만 900만 건을 웃돌고 있다.

금결원 시스템은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 만을 위해 설계됐다. 성격이 다른 빅테크 내부거래가 뒤섞이면 시스템에 중대한 오류가 생길 여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 예컨대 지급결제시스템을 자금이 이동하는 고속도로라고 본다면, 빅테크 내부거래는 출발지와 종착지가 같다는 점에서 유턴 차로라고 볼 수 있다. 빅테크의 내부거래가 추가되면 고속도로 교통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유턴 차량이 몰릴 경우 대형 충돌사고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금융 시스템 붕괴를 유발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는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빅 브라더 이슈와 시스템 안전성 문제 등을 근거로 빅테크 내부거래의 청산 제도화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고 한은은 일관되게 주장한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정안의 일부 조항이 개인정보보호 법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한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 상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금융위와 국회가 앞으로 남은 공청회와 법안 의결 과정에서라도 한은을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금융시스템의 안전성 확보가 금융 소비자보호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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