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는 메자닌·코어 유망…가치 측정 어려운 건 리스크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채권금리가 뛰는 것은 금리가 저렴할 때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빌려두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금리가 충분히 뛰면 채권 비중을 늘리는 탄력적 대응도 대비하고 있다."

김호현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CIO)는 2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와 미국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김호현 CIO는 "국내 국채 10년물 금리가 1.9%를 넘어 2%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채권을 더 찍어서 필요한 장기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강해 채권금리가 더 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현 CIO는 "미국 또한 경기가 살아나면 투자 등 돈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지게 된다"며 "금리가 낮을 때 돈을 빌리려는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채권금리가 뛰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일각에서 테이퍼링 탠트럼(긴축 발작)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아직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바이든 정부도 보여주는 정책을 펼쳐야 하고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만큼 내후년까진 현재 기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제회는 만기 보유 전략이어서 금리가 어느 정도 나와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며 "최근 5%대 금리의 구조화상품이 나오는 등 금리가 좋아지는 흐름인데 충분히 오를 경우 채권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CIO는 지난 1991년 교직원공제회 공채 3기로 입사한 뒤 금융투자부장, 기업금융부장 등을 거친 '교공맨'이다. 특히 주식 부문에서 잔뼈가 굵어 공제회 내에서 주식운용 1인자로 통한다.

1962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2019년부터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를 맡고 있다. 내년에 한 차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다음은 김호현 CIO와의 일문일답.







※김호현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CIO)



◇국내 증시 상승세 이어갈 것…"거버넌스 개선 기대"

- 올해 우리나라 경기와 시장 전반에 대한 전망과 가장 큰 변수가 될 만한 요소는 무엇인지.

▲우리나라 경기는 작년 침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회복이 예상된다. 미국의 적극적인 추가 재정정책과 금융완화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 내수경기도 정부 추경 및 코로나19 백신 공급 등이 효과를 발휘해 하반기 점진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 주식시장도 이러한 경기 회복 기조와 맞물려 기업실적이 개선되며 지난해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추이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급락한 국제유가가 올해 2분기에는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매우 높을 것이고 곡물 가격 상승, 내수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증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로 주요국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중인데 너무 빨리 상승할 경우 정부 및 민간 부채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어 증시에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올해 증시와 채권시장은 어떻게 읽고 있는지.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 전략은.

▲올해 주요국은 추가 경기부양책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수급 여건도 개선 중이다. 올해 유가 상승 및 물가 인플레이션 압력 등의 사유로 일시 조정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하반기에 주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기업 체질 자체가 개선되는 흐름이기 때문에 증시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 주식이 그간 디스카운트됐던 배경 중 하나는 주주가치를 높일 장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 높은 배당 등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가 많은데 우리는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문화 확산 등으로 거버넌스(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정상화되는 과정인 만큼 국내 주식은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탈바꿈할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경기회복 기대감 및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수급 부담 등이 일시적인 채권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완만한 경기회복 추세, 기준금리 동결 및 국고채 단순 매입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금리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해외투자 부문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해외주식 시장은 국내와 비교해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다. 주요국 저금리 기조 및 경기부양책이 지속되고 실물 경기가 개선되면 글로벌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해외채권 시장은 2022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지만, 주요국이 대규모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코로나19 백신 기대감도 맞물려 장기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전략은 해외주식의 경우 중장기 자산 배분에 따라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수한 선진국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향후 양호한 성과가 기대되는 신흥국에 대해서도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해외채권은 우리의 위험·수익 목표에 부합하는 구조화채권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또 절대 수익형 펀드 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리스크 대비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 게 목표다.







◇대체투자 부문에선 메자닌·코어자산 유망

- 교직원공제회는 특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간 성과도 좋았는데 현재 관심 있게 보거나 비중을 확대하려는 대체투자 분야나 자산은.

▲우리는 대체투자 부문을 사모펀드(PE) 등에 투자하는 기업금융과 인프라 등 실물자산 부문으로 구분 짓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에선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며 지속해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메자닌 투자 비중을 늘리는 기조다.

해외는 메자닌·스페셜시츄에이션(SS)·다이렉트 렌딩(직접 대출) 등 바이아웃 및 그로쓰(성장전략) 외 투자 방안이 다채롭지만 국내 시장은 인수금융 및 메자닌 정도로 아직 제한적이고 전문 운용사도 부족하다. 하지만 북미 시장의 성장에서 보듯 기존 은행권에서 제공할 수 없는 거래 맞춤형 파이낸싱 방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PE 부문에선 메자닌·SS·다이렉트 렌딩 등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PE 부문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 아래 디스트레스드(distressed·부실자산) 전략 위주에서 기술 및 헬스케어 등 고성장 업종에 집중하는 바이아웃 전략으로 복귀하는 흐름이다. 우리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업종 바이아웃 펀드인 토마브라보 14호와 디지털 부문 성장성에 투자하는 EQT 9호 등에 신규 출자했고 올해도 해당 업종과 전략의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실물자산의 경우 국내 인프라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우량 운용사의 기약정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에선 최근 전자상거래 거래량 증가로 중장기 임차수요가 늘어난 물류센터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인프라는 선진국 소재의 안정적인 코어(Core)/코어플러스(Core+)/민간협력사업(PPP) 자산 위주로 투자할 예정이다. 코어자산은 정부급 기관이 보장하는 가장 안정적인 자산, 코어플러스는 준정부 기관이 수익을 보장하는 자산이다. 투자 활성화가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와 통신 섹터에 대한 비중 확대도 검토 중이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물류 시설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

- 대체투자 부문에서 위험 및 기회 요인은 어떤 게 있을까.

▲국내 PE의 경우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저금리 기조 아래 확대된 유동성과 코로나19 및 신사업 등장으로 투자자산의 적정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또 사모펀드 결성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지난해 펀드 소진율이 부진해 미출자 잔액이 증가했고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일부 산업만 수혜를 입어 신규 투자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기존 밸류에이션 방법을 적용할 수 없는 신산업의 경우 더더욱 가치 측정이 어렵다. 그 결과 좋은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해 높은 금액으로 매각하는 전략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해외 PE 부문도 마찬가지다. 누적된 투자 대기 자금이 일부 업종과 전략에 쏠리면서 좋은 거래 건에 대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초과 수요로 너무 비싼 가격에 투자하는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반면 이런 상황은 선구안을 가지고 자산가치 향상 역량을 갖춘 운용사와 투자자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투자 대상이 받은 타격이 일시적인지 가려낼 수 있고 바이아웃 투자를 할 때도 저가 매수 또는 비용 절감에 연연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운용사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실물자산 부문에선 코로나19 장기화와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장 큰 위험이다. 특히 호텔 및 소매업 등 해외 부동산 상업 부문이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장기적인 수익 부진으로 이어져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디스트레스드 자산이 증가해 이를 기회로 삼은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전략이 늘어나고 시장의 일시적인 불균형을 활용한 저가 매수 기회도 기대된다.

- 특히 성과가 좋았던 투자 일화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린다.

▲2019년 4월 해외 PE를 통해 미국 주택 모기지 대출 프로세스를 관리해주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 엘리 메(Ellie Mae)에 공동 투자한 것이 특히 성공적이었다.

당시 사모펀드 토마브라보의 13호 펀드가 엘리 메에 투자할 때 3천760만달러(약 435억원)를 공동 투자했는데 작년 9월 엘리 메 지분을 매각하면서 1년 반 만에 약 1천700억원을 회수했다. 투자원금의 4배가 넘는 규모로 매각 차익이 1천300억원에 달했다.

해외 PE는 웬만한 관계의 출자자에겐 공동 투자를 제의하지 않는다. 해당 투자 건은 수익뿐만 아니라 해외 PE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선 2015년 휴대전화용 3D글라스 및 방수 커넥터를 생산하는 제이앤티씨(JNTC)의 사전 기업공개(Pre-IPO) 단계에 투자한 건이 눈에 띈다. 당시 전환사채 및 보통주 형태로 299억원을 투자 집행했는데 2018년 하반기부터 삼성뿐 아니라 소니, 화웨이 등에도 공급을 개시하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작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장내 주식을 매각해 수익 225억원을 포함, 약 534억원을 회수했다. 순 내부수익률(Net IRR)이 17.3%라는 높은 수익률이었다.

한편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평잔 기준 잠정치)이 10.5%를 기록했다. 단기자금을 합치면 10.0%를 상당한 성과다.

국내 증시의 호조에 힘입어 주식 부문에서 32.7%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이 39.7%에 달했고 해외 주식도 19.0%를 기록했다.

채권 부문은 3.9%, 대체투자는 6.3%였다. 대체투자의 경우 당초 목표치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2020년도 교직원공제회 자산운용 수익률 잠정치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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