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은 반도체업계가 잇따라 대규모 장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로 전년 대비 20%가량 증액한 35조원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SK하이닉스도 10조원을 설비투자에 쓸 예정이다.

대만의 TSMC 역시 최대 31조원을 쓰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업계에서는 올해 역대급 장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극자외선(EUV) 스캐너 기계장치 구입을 위해 오는 2025년 말까지 4조7천54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제조하는 네덜란드 ASML로부터 도입하며, 비용은 올해부터 5년간 분할해서 지급한다.

EUV 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며, 기존 불화아르콘(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 1 미만으로 짧아 회로를 더 얇고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EUV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도입하면 삼성전자, TSMC와 함께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선두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EUV 장비를 포함해 올해 약 10조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슈퍼사이클을 맞아 올해 역대급 설비투자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에 28조9천억원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올해 20%가량 증액한 35조원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3라인 착공과 미국 오스틴 등에 대규모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태다.

평택 3라인은 지난해 6월부터 터파기를 시작해 현재 본격적인 골조 공사를 앞두고 있는데 투자금액이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착공(골조 공사)에 들어가면서 어떠한 설비 라인을 넣을지도 확정해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이 일부 반도체에 대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외주를 검토 중이고 대만의 TSMC가 올해 미국, 일본을 포함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한 가운데 삼성도 더 늦기 전에 미국에 추가 투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포함해 애리조나, 뉴욕 등에서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는 현재 14nm 파운드리 설비를 가동 중인 텍사스 오스틴의 공장 증설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전략적 인수·합병(M&A)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가 오는 2023년까지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네덜란드의 NXP,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 등이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에서 이처럼 잰걸음을 하는 것은 지난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약 18조8천100억원으로 대만의 TSMC(약 22조7천억원)에 추월당한 데다, TSMC가 올해 대규모 투자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올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을 설비투자에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5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일본에 후공정 개발회사를 세울 것으로도 점쳐지고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대만 TSMC를 제치고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공급 과잉으로 불황을 겪은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사이클 전망에도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아 왔다"며 "당분간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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