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임금인상 압력 높지 않아…물가 상승 단기 예상

재정승수효과 간과 우려…1960년대 실패 반복할 수도

연준, 금리인상보다 물가목표 상향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지난주 미국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요동쳤지만 단기간 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식 실업률보다 고용시장 상황이 훨씬 나쁜 데다 기업들의 생산능력 등이 충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물가는 오랫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 규모가 코로나19 충격에 비해 과도하며 저소득층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승수효과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종간 고용격차 해소 등 정치적 이슈에 밀린 연준이 막상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이 되면 물가목표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인플레이션, 작년 기저효과에 반짝 상승 그칠 것

지난주 금융시장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에 요동쳤다. 작년까지 1% 아래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7년물 국채 입찰 부진 소식에 1.6%까지 솟구쳤다. 이날은 1.4%대로 한 발 물러섰지만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고용과 가격 상승 기대가 함께 작용해야 한다.

단기에는 가동 중지상태인 생산시설과 수십년에 걸친 관행으로 물가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미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해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월 후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자라던 시기의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은 멀리 떨어져 있고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2월 2.3%이던 물가상승률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1월 1.4%로 내려왔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1.4%로 2011년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 동시에 백신보급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모여들면 기업은 가격 책정 능력을 회복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2.75%까지 오르고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줄리아 코로나도 대표는 올해 말 근원 물가상승률이 1.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임대료가 실업의 영향으로 하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지난 1월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6.3%로 연준이 자연실업률로 평가하는 4.1%을 한참 상회했다. 가격인상 압력은 자연실업률 아래에서 형성된다. 연준은 고용통계의 오류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실업률이 10% 부근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기가 과열기에 들어선다고 해도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지난 25년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초과하고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아래에 머물 때에도 물가는 2% 아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물가상승 기대가 2% 부근에서 안착했고 세계화와 자동화가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기업의 가격인상 압력을 약화시켰으며 의회예산국(CBO)과 연준 등 경제당국이 잠재성장률과 자연실업률을 잘못 산출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전 실업률이 3.5%까지 떨어졌을 때도 "이것이 예상과 달리 원하지 않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귀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직사이트 업워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애덤 오지멕은 연준이 자연실업률을 과대평가해 지난 2015년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저물가 지속에 따른 일본의 문제와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불충분한 부양책에 대한 경험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관대하게 움직이도록 한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저물가 경험 길지 않아…임기 1년 남긴 파월 거취 변수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상황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과 인종 간 경제 격차 해소 등 새로운 의제의 영향으로 연준이 물가 관리의 우선 순위를 낮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올리비에 블량사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이 1960년대와 닮은 꼴이라고 걱정했다.

서머스 교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했던 1960년대 초 당시 대통령 경제자문역들은 재정정책이 물가 상승 없이 실업률을 낮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1966년 실업률은 4% 아래로 떨어졌고 1960년 2%였던 물가상승률은 1969년 5%로 껑충 뛰었다.

바이든 부양책이 가져올 승수효과 역시 주시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사람들의 지출이 제한되고 있어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이 달러당 국내총생산에 못 미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한다.

블랑샤르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이 저소득층을 선호하는 만큼 승수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은 소득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통과한 9천억 달러의 부양책, 여기에 1조6천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의 저축을 가계가 쥐고 있다고 블랑샤르는 경고했다.

그는 "내 생애에서 보지 못했던 수준의 수요 증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책에 실업률을 1.5% 아래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머스 교수는 낮은 실업률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는다는 최근 수십 년간의 경험 때문에 최근 경제학자들이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머스가 보기에는 실업률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만큼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는데 연준이 그럴만할 때마다 금리를 올려 침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의 관료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경험에서 충분히 배웠기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인 제라드 번스타인은 부양책이 없을 경우 나타날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 굶주림, 퇴거, 다른 코로나19 관련 실패들의 위험이 부양책이 촉발할 인플레이션의 위험보다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춘 중앙은행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도 연준이 억제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대 고용의 정의가 최근에는 실업, 고용, 각기 다른 인구통계학 그룹간의 노동시장 참여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인 엘렌 잰트너는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최대 고용에 대한 정의를 끌어냈다. 그리고 실제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의를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물가가 3%까지 오르면 연준이 물가 목표를 상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든의 경제자문인인 번스타인과 헤더 부셰이는 지난 2017년 물가목표를 인상하라고 연준에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금리 인상이 행정부에 막대한 국채 부담을 지운다는 점도 과연 연준이 금리를 적기에 올릴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독립적인 미국 기관들의 수호자를 자처했고 옐런 재무장관 역시 전 연준 의장이었던 점을 들어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자유주의 행동주의자 단체들이 인종 간 실업 격차 해소에 파월 의장이 소극적이라며 재지명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단정 짓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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