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로 선호되는 직업군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공무원, 교사, 의사와 같이 시대를 초월하여 선택받는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경제개발시대인 1960~70년대에는 기존의 전통적 강자 외에 종합무역상사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80년대에는 자본집약형 산업의 발달로 금융계가 선호되었고, 90년대에는 IT 기술의 눈부신 성장으로 벤처사업가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M&A 전문가, 경영컨설턴트 등이 선택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직업의 세분화와 전문화가 심화되면서 인터넷·정보통신 관련 직종, 외환딜러와 펀드매니저,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선호가 눈에 띄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신성장 산업의 육성과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 그리고 원활한 회수(Exit)를 위해 기업의 상장이 활성화되면서 벤처 캐피털리스트(Venture Capitalist)가 대학생이 선호하는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스타트업이나 초기 벤처기업 등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인 후 상장이나 장외매각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듯이 현재는 보잘 것 없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여 잘 나가는 회사로 만드는 혁신 산업의 리더인 셈이다.

따라서 최고의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학습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창업자·경영진·자금공급자(LP)·증권사(IB)·회수관련 기관과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원만한 성격과 인내심, 긍정적 사고,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여 스스로를 기업과 같이 성장해 가는 존재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대체로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상 실패 확률이 높은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므로, 성공 시 막대한 규모의 보상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직업이다. 반면 투자 실패의 위험이 상존하고 성과가 없으면 책임도 뒤따르는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미국 남성이 선망하는 직업인 프로야구 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공통점이 많다.

첫째는 드래프팅 능력이다. 프로야구 감독이 역량 있는 신인 선수를 선발하고, 지휘자가 가능성 있는 연주자를 고르듯,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돌더미 속에서 원석을 찾는 것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둘째는 최고의 완성체를 이루기 위한 육성 능력이다. 성적을 잘 내는 프로야구단이나 유명 오케스트라를 보면, 감독이나 지휘자가 선수나 연주자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면서 지원하게 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역할도 단순히 자금지원에 머물지 않고 경영진 및 연구 인력의 초빙, 국내외 산업 및 자본시장 동향 등을 제공하여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는 이러한 일들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승하는 팀이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보면 선수(연주자)와 감독(지휘자)은 물론 이를 도와주는 훌륭한 스태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창업자, 자금공급자(LP) 그리고 자금회수를 도와주는 기관의 협력을 끌어냄으로써 투자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내면의 카리스마를 지녀야 한다. 창업자와 경영진이 기업가정신을 잃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기업이 속한 산업과 자본시장 동향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학문적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 투자에서 회수에 이르는 긴 과정에서 만나는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원만한 관계형성도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바이오산업과 같이 투자 회임기간이 길고 임상시험 등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산업의 경우 매출, 손익 등 정량적인 지표는 물론이고 무형의 기술 가치와 같은 정성적인 지표에 대한 평가가 더욱 절실하다. 최근 인공지능, 약학, 생명공학, 의학 등 해당 분야 전공자는 물론 관련 산업계 경력자의 VC 업계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최고의 카리스마인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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