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외국인이 지난달 원화채를 역대 최대 규모로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금융기관이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 등에 채권 매수를 주저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움직임이다. 최근 미국 금리 급등에 저가매수 매력이 커진 데다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 등 원화강세 기대가 확대된 점이 매수 배경으로 꼽혔다.

4일 채권시장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원화채는 11조2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두 번째로 순매수 규모가 컸던 시기는 2007년 11월로 당시엔 10조5천여억 원을 사들였다.

일평균 매수 금액을 봐도 지난달 외국인의 매수세가 거셌다. 외국인은 영업일당 6천122억 원을 사들였다. 역대 2위 일평균 매수금액인 2019년 6월 약 5천400억 원보다 700억 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매수 채권을 종목별로 보면 국고채가 5조6천847억 원으로, 52%를 차지했다. 통안채는 4조6천971억 원 사들였다.

국고채 매수 종목을 보면 5년과 10년물 등 중장기 구간이 주를 이뤘다. 외국인은 지난달 10년물인 20-9호를 1조1천여억 원, 5년물인 20-6호를 약 1조 원 사들였다.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으로는 원화 강세 기대가 꼽혔다. 중장기 국채 매수세가 이어진 점을 보면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외국인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이에 따라 원화 강세 기대가 커져 채권 매수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원화채 '큰손'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원화 강세 영향에 국채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기준으로 국채 투자 수익률은 1.8%에 불과했으나, 펀드 표시 통화로 환산하자 5.1%까지 치솟았다. 원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 컸던 셈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153.80원에서 1,086.30원으로, 67.50원 급락했다.

최근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채 투자 여건이 개선된 점도 매수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미 국채 금리 급등에 달러화가 강해지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데다, 국채 금리도 올라 저가매수 매력이 커진 셈이다.

인포맥스 스와프 베이시스 및 최종호가 수익률(화면번호:2418)에 따르면 1년 스와프 베이시스는 2월 초 -65bp에서 2월 말 -78bp로 역전 폭을 확대했다. 달러를 보유한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 보면 국내에 투자할 경우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는 만큼 이익이 커지는 셈이다.

당국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반기면서도 향후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진 기재부 국채과장은 "외국인 채권 투자가 주춤하다 1월 말부터 다시 확대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외국인 주식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며 "다음 주 통안채, 국고채 대규모 만기도래에 따른 자금 유출입에 유의하며 모니터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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