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차원 관측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내 채권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이 지난 2월 장외시장에서 5조원 넘게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차원에서 주식을 순매도하는 대신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연합인포맥스의 장외시장 채권별 거래종합 화면(화면번호 4556번)에 따르면 기금 및 공제회는 지난 2월 한 달간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5조2천167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산별로는 국채의 순매수액이 4조4천284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공사공단채가 5천735억원, 지방채가 2천70억원이었으며 금융채는 6천455억원, 회사채가 3천284억원이었다. 통안증권은 9천66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연기금의 2월 순매수 규모는 국내 기관 중 종금·금고(1조4천315억원) 다음으로 규모가 작긴 했다. 다른 국내 기관의 순매수액은 은행이 17조2천843억원, 투신은 14조4천984억원으로 상위권이었으며 보험은 5조3천727억원으로 연기금과 거의 비슷했다. 외국인은 11조2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연기금의 채권 순매수액은 상당히 늘어났다. 지난해 2월 연기금의 순매수액은 1조5천848억원으로 올해 2월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연기금은 지난 1월에도 5조1천973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채권에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연기금이 이처럼 채권 매수액을 늘리는 것은 최근 채권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 수요와 더불어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한편 채권을 매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후 연기금의 채권 매입 추이는 주식 매수 규모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연기금은 증시가 급락한 작년 3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86억원, 4월에는 1조5천35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장외 채권시장에선 3월에 4천43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4월에도 순매수 규모는 6천94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작년 5월부터 연기금은 주식 순매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채권 매입액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연기금은 작년 5월 장외시장에서 채권을 3조3천665억원어치 순매수한 뒤 작년 6월엔 그 규모를 5조2천172억원으로 확대했다. 이후 작년 하반기 월평균 3~4조원대 순매수 흐름을 형성하던 연기금은 올해 들어 주식 매도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월간 채권 순매수액도 5조원대로 늘리기 시작했다.

주요 공제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주식을 팔고 채권 매입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시중 채권금리가 뛰면서 저가 매수에 나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 0.8% 수준이었으나 이달 들어 1.034%까지 뛰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또한 같은 기간 1.5%대에서 2%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금리가 당장 급락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단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것 같아 연기금이 매입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기금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기금은 3월 들어서도 첫째 주인 이번 주에만 이미 7천83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번 달 순매수액도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연기금 채권 매매 내역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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