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해 미국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의 5G 장비를 수주하며 잭폿을 터뜨렸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대했던 AT&T의 5G 장비 수주전에서 지난달 고배를 마시며 5G 장비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진행된 미국 통신사업자 AT&T의 5G 장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AT&T는 삼성전자가 아닌 에릭슨과 노키아를 사업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은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이 엇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중 버라이즌으로부터 지난해 8조원의 5G 장비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 T모바일의 5G 장비 수주전에서 탈락한 후 AT&T에 주력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T모바일과 AT&T는 모두 에릭슨, 노키아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LTE까지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가 5G부터 갑자기 부각된 신인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아직 전통 강자인 유럽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신뢰가 현지에서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버라이즌과의 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인 한스 베스트베리 회장이 에릭슨에서 CEO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종종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베리 CEO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에릭슨 CEO로 일하다가 2018년부터 버라이즌 CEO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 5G 장비 사업은 국내외 5G 장비 투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연되며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의 지난해 설비투자액(CAPEX)은 약 7조4천600억원으로, 전년 8조7천900억원보다 1조3천억원 넘게 줄었다.

이들 3사는 올해 설비투자액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과 인도 등 삼성전자가 5G 장비 수주를 기대하는 지역 역시 올해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이동통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6~8월 유럽 통신사들의 5G 장비 투자가 예상되지만, 에릭슨과 노키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주요 통신장비 시장 중 한 곳인 일본 역시 삼성전자가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NTT도코모, KDDI 등 주요 통신사업자가 NEC, 후지쓰 등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통신장비업계 육성을 위해 자국 통신장비업체에 수주를 주는 통신사업자에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NTT도코모 모회사인 NTT그룹은 NEC의 지분 5%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혐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국 기업을 키워주지 말자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형성돼 있어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선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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