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유통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잇따라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내수 부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하던 사업과 전혀 다른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퓨처넷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전기차 충전소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퓨처넷은 지난해 11월 현대HCN이 물적분할해 케이블TV 사업부문을 떼어내고 남겨진 곳이다.

디지털 사이니지와 기업메시징 사업을 영위하면서 현대HCN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주로 맡고 있다.

케이블 방송 사업을 하던 현대퓨처넷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유통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수종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통과 연관 높은 패션이나 리빙·인테리어, 홈쇼핑, 렌탈, 건자재부터 최근에는 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소비패턴 변화 등에 따라 미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사업 중 생활·문화 중심의 그룹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분야에 새롭게 진출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관련 사업 확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전기차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도 함께 설치돼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SK네트웍스와 손잡고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제한적이다.

현대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만든다면 회사는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고객 유입으로 매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고객은 쇼핑하면서 다른 생활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전기차충전소를 각각 100여 곳씩 운영하며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향후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경우 충전소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모델 발굴에도 나설 수 있다.

홈플러스도 중고차 견적 서비스에 이어 최근 전기차 판매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형마트가 전기차를 판매하는 건 처음이다.

홈플러스 방문 고객 대부분이 자가용을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마트 주차장 내 넓은 유휴공간에서 자동차·오토바이 구매, 전기차 충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현재 95개 점포에 12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인데, 2023년까지 전 점포 내 2천여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최근 사업목적에 전기차 충전사업을 새로 추가했다.

지난 2016년 한국전기자동차충전서비스와 전기차 충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제주도에서 관련 서비스에 나선 지 5년 만에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단순히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렌탈·유지관리 서비스, 중고제품 및 자동차 판매 중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고객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부다.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이 급감하자 다시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읽힌다.

신세계그룹의 IT서비스 전문기업 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I&C)도 오는 25일 정기주총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신세계I&C는 지난해 쓱페이 사업을 SSG닷컴으로 양도하면서 본업인 IT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것도 향후 관련 사업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이마트 계열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에 테슬라코리아 1호 매장을 열었고, 최근에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가 선보인 럭셔리 세단 전기차 루시드 에어 사진을 올려 관심이 쏠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한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유통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관련 사업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