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합의금이 자사가 원하는 수준과 조(兆) 단위의 차이가 나며, 총액이 근접해야 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에 따라 미래 가능한 손해와 징벌적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며 SK이노베이션 측을 압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판결문을 공개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SK와 지난해부터 협상해왔는데 합의금 규모가 조 단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DTSA다.

이 법에서는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이득과 미래 예상 피해액,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비 등을 포함한 관련 비용 등 크게 4가지 산정기준에 의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러면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ITC는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21개월간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총액 4천억원 정도에 합의했다"며 "보톡스 시장 규모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0분의 1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배상금이며 합의가 안 되면 얼마까지 배상이 늘어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0년간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과 관련해서 5조3천억원을 사용했고, 시설투자까지 포함하면 약 20조원"이라며 "SK가 영업비밀을 훔쳐 R&D 관련해서만 최소 5조3천억원을 절감하는 등 부정한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ITC 최종 결정 이후 SK측에 협상 재개를 권유했지만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미국 법원의 결정은 ITC의 제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합의금 지급 방식으로 일시 현금 배상과 지분 제공, 로열티 지급 등도 가능하다면서도 "(양사가 제시한 합의금에)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근접해야 각론에 대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SK측이 협상 테이블에 와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 협의하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하게 협상할 생각이다"라며 "미국 정부 기관인 ITC가 2년에 걸쳐 충분한 조사와 의견 청취,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이므로 지금이라도 받아들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금으로 코나 전기차 리콜 비용을 충당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비용이 없어서 합의금을 받아서 쓴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침해당한 가치를 정당하게 배상받는 것이 중요하지 현금을 받아서 다른 데 들어갈 비용을 막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이날 SK의 배터리 기술이 LG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배터리셀은 기본적으로 만드는 공정이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으며, SK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셀을 말거나 쌓는 일부 공정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기본적인 공정은 차이가 없고, 그 공정에 필요한 주요한 영업비밀이 침해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TC가 유예기간을 준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SK이노베이션 대신 LG에너지솔루션으로 올 수 있느냐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도 유력한 후보지만, 그렇게 되는 것보다 양사가 합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고객사나 미국 소비자, 양사에 더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했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 정부 수반이나 기관이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 감히 예측하기 어렵고 언급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면서도 "ITC 결정에 미국 전기차 사업을 보호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반영돼 있어 백악관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테네시주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큰 폭의 성장 있을 것"이라며 "당연히 증설 계획이 있다"고 했다.

또 "전기차와 ESS 파우치뿐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도 증설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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