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너무 높다는 불안…주식 비중 늘리는 것은 부담"







<양재명 삼성자산운용 투자풀사업본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에 주가가 하루에 2~3%씩 움직이는 것은 주가가 너무 높다는 불안감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국 국채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국내 주식·채권시장이 출렁이는 장세지만 대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 담당자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다.

양재명 삼성자산운용 투자풀 사업본부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려하는 것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것이지 금리의 상승 방향 자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정도로 우려할 상황인지는 의문"이라며 "향후 각국 정부가 너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면 속도조절 장치를 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어느 정도 조절된 형태의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금리 상승을 부르고 채권 쿠폰 금리도 낮아져있어 부담스럽지만, 금리가 서서히 오르면 그 오른 금리의 채권을 재매입할 수 있다"며 "금리가 완만하게 올라갈 때의 평가손실은 캐리수익률로 커버 가능하다"고 짚었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에 안 좋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근거한 것이라면 기업 투자 이익은 늘어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도 나쁘지 않다고 양 본부장은 내다봤다.

2001년말 연기금풀 투자사가 도입된 후 20년간 연기금풀 운용에 매진해 온 삼성자산운용. 양 본부장은 초창기 팀원으로 출발해 이력 중 약 16년 이상을 연기금 운용에 매진해온 연기금 운용 전문가다.

양재명 본부장은 197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영국 레딩대학교 재무학 석사를 마쳤다. 1998년 삼성자산운용 신탁회계팀으로 출발해 운용평가팀, 투자풀 운영팀 등을 거쳐 2013년 투자풀 기획팀장, 2018년부터 투자풀사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양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연기금투자풀 운용만 20년간 해오셨는데 강점이 있다면

▲삼성자산운용은 20년간 연기금 투자풀을 맡아왔다.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용하다 보니 쌓여온 조직의 역량, 운용 관련 IT시스템, 운용 프로세스를 갖춘 점이 큰 강점이다. 운용 관련 전문인력들이 많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어 중간에 인력이 바뀌어도 연기금 투자풀본부 안에서 역량을 바로바로 축적해서 이어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OCIO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데

▲삼성자산운용의 OCIO사업은 기금사업 부문 아래에 투자풀본부와 산재기금본부, OCIO 컨설팅 조직이 있다. 지금까지는 국가공공기금 중심으로 큰 OCIO가 형성돼 왔다고 보면 최근에는 민간기금,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OCIO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경쟁이 빠르게 과열되는 측면도 있다. 규모의 성장과 매출의 증가가 있을 것.

-운용 자금이 얼마나 다양해지나

▲파이를 키우려면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들어오는 것도 좋고, 민간 쪽 자금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보수율을 합리적으로 줄 수 있어 중소형 OCIO 수익자를 타깃으로 한 사업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럼에도 큰 시장이 될 수 있으려면 아직 제도화되지는 않은 '기금형 퇴직연금'이 있다. 수백조원의 퇴직연금이 OCIO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데 약 5년가량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OCIO의 장기 투자 성격에 맞는 측면이 있어 운용에 최적의 자산일 것.

-최근 자산배분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작년에는 기금운용 성과를 보면 주식자산을 담았느냐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났다.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해 자문을 해드리는데 지난해초 주식자산을 좀 늘릴 필요가 있다고 어드바이스를 드렸고, 적극적으로 수용한 기금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기금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지금 주식비중을 늘리지 못하더라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벤트성이고, 회복할 수 있는 리스크라 주식을 유지한 기금들은 작년성과가 좋았다. 다만, 전세계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너무 적극적이고 대량이라 주가에 많이 반영돼서 이미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오른 상황. 지금은 주식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하기는 어렵다. 수익자의 성향에 맞춰 작년말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을 늘리기보다 유지하면서 시장을 지켜보시는 게 어떨지 조언하고 있다.

-채권 투자는 줄이는 방향인가

▲작년에 주가가 워낙 올라서 주식자산이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로 채권자산의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연중으로 보면 코로나19 이후 금리는 하락반전했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이 괜찮았다. 최근 한두 달 정도 보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올랐다. 10년물 국채 기준으로 약 25bp 정도 올라 지금 상황에서 채권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운용을 해야 하냐, 듀레이션을 3~5년 이상 길게 가져가기보다 조금은 벤치마크에 중립적으로 맞춰놓을 필요가 있다. 다만,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너무 듀레이션을 줄여놓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듀레이션을 중립적으로 맞춰 놨다가 금리가 오르면 다시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정도로 우려할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들이 코로나19 이후에 재정을 풀었던 부분이 자산가격 상승을 불러온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리플레이션을 조절해가며 하고 싶은 것이고, 다만, 지금 물가상승률이 커보이는 것은 기저효과도 꽤 있다고 본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실물자산으로 이전된 것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됐다기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기회복 기대가 바탕이 됐다고 본다. 향후 각국 정부들이 너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면 속도 조절 장치를 쓰게 될 것.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지수로 전이되려면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을 이끄는 경기 회복이 가시화돼야 하는데 아직은 아니다.

-올해 블랙스완이 될 것 같은 이벤트는

▲블랙스완이라고 볼 만한 이슈라면 숨겨진 요인일 텐데,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가계부채였다. 현재는 가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문제일 것. 지금은 모든 정부가 돈을 풀어 부채의 규모가 높아진 상태. 늘어난 정부부채가 혹시 어떤 차원에서든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 봐야 할 것이다.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여할 가능성은

▲연기금풀은 수십 개의 기금이 나누어져 들어와 있는 제도다. 그러면 연기금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되려면 모든 기금이 요구하던지, 수익자 대표급 주체가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연기금풀이 구조상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연기금풀에서 각 운용사로 재간접 구조로 배분하는데 이때 활용하는 30여개 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여지는 있다.

-ESG 투자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연기금풀 투자에서 ESG투자는 중요하다. 국가 기금들은 공공성, 안정성,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돈이고, 국가의 공공목적으로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공공목적의 여유자금 운용할 때도 당연히 부합해야 한다. 최근 ESG트렌드가 강한데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버넌스) 부문에서도 국가 기금이 이에 맞춰 운용하는 것은 바르다고 본다. 내년초에 올해 운용을 갖고 평가할텐데 곧 나올 올해 자산운용 평가지침에 ESG 투자시 평가에 가점을 주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있다. 기금 입장에서는 작은 점수차이지만 이로 인해 등수가 많이 갈리기 때문에 기금 평가 가이드라인상에 올해부터 적용될 것이다.

-요즘 비트코인이 급등하고 있는데

▲대박도 있지만, 쪽박을 본 케이스도 있다. 비트코인도 블록체인이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물일 뿐. 최근 가격이 급등락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모든 정부가 부채를 늘려가면서 자체적으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셈. 지금은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정부조차 어마어마한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을 찾게 되는데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면 투자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것 같다.

-동학개미들에 투자 조언을 하자면

▲보수적인 기관투자자 자금을 운용해왔기에 개인투자자들과 성격이 다르지만 자산운용사 직원으로서 이야기한다면,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이번 투자자들은 업종대표주와 우량주를 매수하고, 중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큰 의미있다. 좋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화 사회를 바탕으로 같이 투자하는 식으로 문화가 달라졌다. 주가가 너무 올라서 기관투자자든, 개인투자자든 불안한 것은 사실. 민감한 장세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투자 문화가 조금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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