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결전'을 준비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싸움을 벌여온 사모펀드 KCGI 측에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실제 박 상무의 주주제안 제기 방식과 내용,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 등이 2년 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와 판박이여서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지난해 말 강성부 KCGI 대표를 만나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을 위한 전략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기업가치 개선이 필요한 이유 등을 설명하고,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획득을 위해 준비했던 과정들을 사례로 참고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강 대표는 구체적인 주주제안 내용과 우호지분 확보 노력 등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KCGI도 반도건설 등과 함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며 조 회장 측 지분율을 크게 앞서고 있었던 터라 박 상무에게도 주주제안을 갖고 회사 측과 표 대결로 가는 비슷한 방법을 제안한 것 같다"면서 "두 사람이 꾸준히 의견을 교환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상무의 행보는 KCGI 사례와 닮아있다.

KCGI 측은 2019년 1월 한진칼에 감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제외 등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통해 오너 리스크 해소를 주장하며 조원태 회장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KCGI는 이 제안에 동참을 희망하는 주주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자신들이 개설한 '밸류한진' 홈페이지를 만들어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KCGI는 지배구조 전문가 강 대표를 내세워 투자기업에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해 한국판 엘리엇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박 상무 역시 최근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에는 주주제안 배경, 금호석유화학 현황 및 변화의 필요성, 주주가치 제고 방안,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담겼다.

그는 금호석화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하락의 요인으로 과다한 현금 보유 및 과소 부채로 인한 자본비용 증대, 낮은 배당 성향 및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비친화적 주주 정책 등을 꼽았다.

박 상무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금호석화 지분율을 늘리고, 우호지분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 역시 2년 전 KCGI와 빼닮았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9.13%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지만, 우호 세력을 합치면 박 회장 측 지분이 더 많다.

박 회장(6.69%)과 직계가족과 측근 지분을 더하면 14.87%로, 박 상무 측(10.12%)보다 4%포인트 이상 앞선다.

양측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국민연금(8.16%)과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도 KCGI가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 노력했던 것처럼, 박 상무도 기관투자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금호석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박 상무 측이 제시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신임 사외이사에 본인 측근을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 제안했다.

금호석화 측은 박 상무의 고배당 제안이 회사 정관에 맞지 않는다며 주총 안건 상정이 어렵다고 반박했고, 박 상무는 수정한 주주제안을 기안 내 제출했기 때문에 거부할 사유가 없다면서 지난달 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사회 전날인 8일까지 법원의 결론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금호석화 측이 일단 박 상무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상무의 지분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하면 금호석화가 주주제안을 쉽게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갈 것"이라며 "캐스팅보드를 쥔 국민연금이 과거 박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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