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9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나 종목 구성 등이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전날에는 국고채 3년 등 단기 금리 약세도 가팔랐던 만큼 실제 매입 결과에 따라 채권시장은 되돌림 강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한은의 매입 발표보다 일부 시장의 기대가 앞서간 만큼 오랜 불확실성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은은 전일 채권시장의 국고채 매입 여력 제고 및 시장금리 변동성 완화를 위해 총 2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매입 대상 종목에는 국고 3년 지표물인 20-8호, 국고 5년 경과 종목인 19-5호, 10년 경과물인 17-7호와 16-8호, 20-4호 등 5개 종목이 포함됐다.

매입 종목에 비지표물이 아닌 지표물이 포함된 것은 작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 매입 발표에 앞서 단기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주목했다.

한은이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에서 단기 금리에 대한 안정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향후에도 단기 금리 변동성을 비중 있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단기) 금리가 큰 폭 상승한다면 어떤 경로로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취약차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주식이나 자산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은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일 국고채 금리는 단기와 장기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 금리는 7.3bp 급등한 1.139%, 10년물은 3.6bp 상승한 2.028%로 마감했다.

A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이미 상반기 중으로 매입 계획을 발표한 만큼 깜짝 발표는 아니었다"며 "20-8호 지표물을 포함한 점은 단기 금리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아무래도 가계대출 안정화 및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한은 매입 규모 2조 원은 예상치에 부합한다"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정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 3년 금리의 급등으로 심리가 크게 꺾이면서 한은의 매입이 없었다면 더 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국고 3년 지표물이 단순매입 2조 원 중에 얼마나 될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존보다 매입 종목의 만기가 짧아진 만큼 장중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또한 한은의 매입 발표가 시장의 눈높이와 일부 차이가 있었고, 대외 금리 상승세가 여전한 만큼 투자 심리 회복에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한은이 지표채 20-8호를 포함해서 단기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보여줬지만, 종목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이 크고 시장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물도 받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 3년 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60bp를 넘어가고, 10년물도 종가 기준으로 첫 2%를 넘어갈 때 대응한 점은 적정했으나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D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전일) 단순매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면서도 "시장은 매입을 기다리다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었다"며 "국고 3년 지표물인 20-8호를 비롯해 얼마나 시장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일에도 한은이 변동성을 우려해 장중 개입에는 자제할 뜻을 밝혔지만, 발표 시점은 이전보다 늦은 감이 있다.

작년 중에 단순매입 실시안은 대체로 장중인 오후 3시부터 늦어도 오후 4시 30분 전후에는 공개됐다.

반면 올해 첫 번째 매입 발표는 장외 거래까지 대부분 마무리된 오후 5시를 넘겨 전해졌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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