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급락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팩 킹'으로 불리는 유명 투자자가 보유 종목을 매각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유명 벤처 투자가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지난 6일 트위터에서 "정말 힘든 한 주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 중인 스팩과 과거 합병으로 주식공개를 한 기업의 주가 성적을 공개했다.

지난주 평균 등락률은 마이너스 14%로 벤치마크인 S&P500 지수(플러스 0.8%)를 하회했다. 하지만 팔리하피티야는 146만명의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전략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스팩은 유망 기업과의 합병만을 목적으로 상장된 회사를 말한다. 상장 시 사업이 없기 때문에 백지수표 회사(blank-check company)라고도 불린다. 투자자들은 스팩 운영자의 안목과 네트워크를 평가해 스팩 주식을 매입한다.

팔리하피티야는 자신의 투자회사를 통해 여러 스팩을 운영하는 등 스팩 붐을 일으킨 주동자로 알려져 있으며, '스팩 킹'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제1호 스팩과 우주여행 회사 버진 갤럭틱과의 합병이다. 지난 2019년 10월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버진 갤럭틱을 합병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팔리하피티야가 그리는 장대한 비전에 투자자금이 모이면서 주가는 한때 약 5배 뛰었다.

그의 성공은 다른 유명인사와 투자펀드가 스팩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스팩 킹'의 행동이 업계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지난 5일 팔리하피티야가 보유한 버진 주식이 전량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2억1천300만달러(약 2천4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트위터에서 "나의 페이스와 전략적 관점에 영향을 받지 않고 투자를 계속할 수 있도록 SPCE(버진 갤럭틱) 일부 주식을 매각해 자본을 확보했다"며 "그렇게 하긴 싫었지만 나의 대차대조표는 이번 주 거의 20억달러나 줄었다"며 울먹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스팩과 합병회사로 구성된 'INDXX SPAC&NEXT GEN IPO 지수'는 8일 2% 하락해 5영업일 연속 떨어졌다. 최근 1개월 하락률은 20% 넘는다.

신문은 투자지표에서 고평가 기미가 나타나는 데다 팔리하피티야의 매각마저 겹치면서 스팩 산업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버블 붕괴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시련을 극복하고 자본시장에서 정착할지 주목된다며, '스팩 킹'의 대응이 업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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