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조성 업무 이관·토지비축제 등 거론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비대한 LH 조직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택지 조성 업무를 비롯해 일부 업무를 넘기는 방안, 토지를 저렴할 때 미리 확보하는 토지비축 제도 등이 거론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공공자가주택이나 주거뉴딜 도입으로 LH의 역할이 재정립될 것"으로 내다봤다.

변 장관의 언급은 택지 조성부터 분양, 주거복지까지 맡는 LH가 업무를 분산해 비리 가능성을 줄이고 주거복지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 권한·정보 집중…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LH는 토지 취득과 개발, 공급, 도시 개발과 정비, 주택 건설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했다.

출범 당시 6천명이었던 직원 수는 9천318명으로 늘었고 글로벌사업본부 등 조직 확대 개편을 거듭한 끝에 본사에만 본부가 9개에 달한다.

LH법에 명시된 목적에 따라 LH는 택지 조성부터 분양, 주거복지까지 맡고 있고 강제수용·독점개발·용도변경 등 다양한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택지 선정 등 의사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내부 감시망도 작동하지 않으면서 도덕적 해이로 이어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1일 "LH 직원 의혹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돈이 되는 투자를 할 수 있게 정보를 다 보여주면서 순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스템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LH 힘빼기 불가피…택지조성·주거복지 등 분리 주장

이번 사태가 발생한 택지 조성 사업은 LH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비슷한 기능을 하는 지방공사로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는 LH가 조성하게 돼 있어 대규모인 신도시 중심의 공급 정책에서 LH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LH가 공공주택의 80%를 공급하고 있고, 기본주택 도입을 추진하는 경기도의 경우 3기 신도시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사업참여 비율은 8%에 불과하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과거처럼 대규모 개발을 할 때도 아니고 서울도시주택공사(SH), GH 등 지방공사가 있는데 중앙정부에 거대 공기업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높은 토지 보상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용지를 땅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매입하는 토지비축 제도 도입도 거론된다.

변 장관은 학자 시절부터 토지비축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축토지를 공원, 도로뿐 아니라 주택 건설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도 "개발 예정지로 거론되면 시세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개발이 결정되기 3년 전 가격으로 토지 수용가격을 강제하는 등의 방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LH가 내부 단속과 주택 공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공공임대 비중을 10%로 높일 계획으로 주거복지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고령화, 양극화 등으로 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로 접수된 LH 관련 제보의 대부분도 공공임대주택 관리비나 관리사무소 선정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LH의 서비스에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거복지를 비롯한 주택 정책과 통계를 아우르는 주택부 혹은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교수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LH 조직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당장 주거급여, 공공임대 관리 같은 업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더 잘 할 수 있는 업무"라며 지방화를 주문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재정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만큼 투기 의혹 조사가 마무리되면 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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