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의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을 강조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 악화일로인 여론을 되돌리고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불씨를 살려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주거권 보장 강조

지난 2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되며 정부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투기를 죄악시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막상 내부에서 투기가 횡행한 정황이 드러나자 그렇지 않아도 부정적이던 부동산 민심이 더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LH는 정부 주택공급의 '메인 플레이어'였기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청사진이 원천적으로 흐트러질 위험이 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패가망신, 일벌백계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처벌을 강조한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합동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시고 분노하시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분노는 정당하고 단죄를 원하는 국민의 요청은 합당하다"며 치켜세웠다.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이 잡듯 샅샅이 뒤진다'는 자세로 국토부와 LH를 넘어 수도권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 지방공기업 임직원 조사를 계속하고 조사 범위도 넓히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가지고 투기를 하고 국민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국민이 누구나 집을 가질 수 있고 주거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급대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할 3기 신도시 백지화 등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 오래된 관행…부당이득 환수

이번 사태가 특히 분노를 더 자아내는 점은 내부 정보를 투기에 활용했는지 밝히기도 어렵거니와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땅 투기로 잘려도 평생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투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LH 직원의 말처럼 현행 법령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국토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중인데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얻은 이득의 3~5배를 환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이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 부동산 관련 업종의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업무 관련성이 없거나 정부나 공공기관 소속이 아니더라도 공히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 총리도 "현재의 법과 제도를 총동원하여 투기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고 불법이익이 반드시 환수되도록 국회와 협의하여 신속한 제도보완과 입법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이밖에 토지 개발, 주택건설 관련 기관 직원은 원칙적으로 일정 범위 내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대토보상, 이주대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 LH 해체 수준 혁신…변창흠 장관 거취도 '숙고'

정 총리는 빈틈없는 조사와 처벌은 물론이고 LH 개혁이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조치 방안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정 총리는 "LH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며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20건의 투기의심 거래는 모두 LH 직원이 주인공일 정도로 LH의 도덕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개발시대에 활발했던 택지 조성 업무의 축소 필요성 등과 맞물려 LH 기능을 지방공기업으로 분산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경질론에 선을 그었으나 이번에 확인된 20건의 투기의혹 거래 중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절반 이상이 이뤄지자 선회하는 모양새다.

이미 야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 박용진 의원 등 여당 내에서도 변 장관 사퇴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 총리는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걱정과 심정이 어떤지 알고 있다. 어떤 조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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