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투기 의혹의 한복판에 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해체 수준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하지만 LH가 공공주도의 2·4 공급대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정책 실행 기구에서 배제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LH와 임직원은 과연 더이상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LH를 3기 신도시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땅장사를 해온 LH를 실제로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공공주택 공급의 80%를 담당하는 LH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 LH의 업무 공백에 따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해체 수주의 대수술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LH는 직원이 1만명에 달하는 데다 택지 조성과 분양, 주거복지, 주택관리업무 등 정부의 공공 공급 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세게 발언할 수 있지만 LH 해체는 통합만큼이나 오랜 시간과 토론이 필요하다. 해체되면 영업적자 등 통합 이전의 단점들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치솟는 집값에 대규모 공급이라는 처방을 내렸고 공공 주도의 2·4대책은 그 결과물이다.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계속 진행하되 집값 앙등이라는 급한 불을 끄려면 LH가 2·4대책을 끌고 나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대책이 순항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LH가 주도하는 정책 집행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독점적 정보와 다양한 업무가 LH로 집중됐는데도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이를 분산하는 개혁은 완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택지 개발 업무를 비롯한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방안부터 부동산 백지신탁제도와 같은 내부 단속 등도 가능하다.

한 야당 관계자는 "지금은 택지를 대규모로 조성해야 하는 고도 성장기가 아니다. LH가 정비·재생사업에 주력한다면 토지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을 비롯한 많은 독점 권한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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