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변창흠 장관이 주도한 공공 중심의 공급대책에 대한 입법작업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도록 하면서 '시한부 임기'를 채우게 됐지만, 정책 추진의 중심에 서야 할 장관에 힘이 실릴 여지는 크게 줄었다.

특히 '3080+ 공공주도 공급 대책'의 A부터 Z까지를 구상하고 주도한 공급 정책의 중심 인물이 변 장관이었다고,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조직 해체까지 언급되는 LH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상황이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정책 추진에 난관이 겹겹히 쌓여있다.



◇ 맥 풀린 국토부…국회 입법대책도 난감

15일 정부에 따르면 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12일 국토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이달 중 2·4대책 입법을 마무리하고 매달 공급 일정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수장 공백을 맞게 돼서다.

기초작업까지 마무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대해 사실상 유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실제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불분명해 어수선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도 대통령 말씀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며 직원들도 이럴 때일수록 굳건히 2·4 대책을 추진하자고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도 2주 전 폭로된 LH 투기의혹 이후 국면이 악화하는 속도에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LH로 여론이 나빠지자 강경 대응 기조 하에 대응 수위가 고조된 것 같다"며 "선거를 위해선 신속하게 대응해야 맞는데 공급정책 추진 측면에선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 지연 불가피…'공공주도' 방향성 틀까

변 장관 사퇴로 2·4 대책 시행에 필요한 법 개정 작업부터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투기 의혹으로 얼룩진 LH가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부터 사퇴한 변 장관이 국회에 법안 통과를 요청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당정은 2·4 대책에서 발표한 역세권 고밀개발 등의 근거 법안인'공공주택특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들 법안은 아직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지도 못했고 오는 16일 법안소위에 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회 관계자는 "공급 주체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의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결과나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이 나온 뒤에야 2·4 대책 후속 법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LH가 종전대로 공급을 주도할 경우 공급 대책 전반의 신뢰도가 나빠질 수 있으니 LH의 주도권을 양보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변 장관은 3기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LH가 부족한 부분은 한국부동산원이나 한국국토정보공사(LX),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총동원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관이 신도시 관련 업무를 많이 한 경험이 부족하고 LH와 마찬가지로 국토부 산하기관이라는 점에서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급 수량이나 방법까진 아니더라도 시행 주체 등은 다시 논의될 수 있다"며 "민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되 이익환수나 분양가 등을 공공 수준으로 맞추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근거로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어필하는데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국회 관계자는 "LH 의혹 이후 쏟아지는 투기 처벌 법안이 투기세력을 위축시키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영향이 있다"며 "수요가 많은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도 시일을 앞당겨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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