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전고점 대비 미국 S&P 500 -4.2%, 나스닥 -10.5%, 한국 코스피 -7.8% 등 주요국 주가가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다. 만기 10년 국채금리가 3월 9일 기준으로 1월말 대비 미국 46bp, 영국 40bp, 한국 27bp씩 올랐고, 브라질과 터키의 경우 100bp 이상 급등했다. 시장금리는 왜 올랐고, 앞으로는 어찌 될 것인가. 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금리가 상승한 직접적 이유는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장기채권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명목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이 차감되어 실질수익률이 하락하므로 그만큼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한다. 이머징마켓 채권의 경우 안전자산인 미국금리가 상승하면 취약 국가들의 경우 해당 국채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것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향후 5년과 10년간 기대 인플레율은 3월 15일 기준 각각 2.00%, 2.27%로 가장 낮았던 작년 3월에 비해 1.14, 1.77% 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이는 실제 인플레율과는 차이가 있다. 2월 미국 전도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1.5%였다. 미국 연준의 목표치를 밑도는 인플레율이지만, 채권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가 아니라 기대 인플레율이다.

이런 관점에 보면 논란이 되는 인플레이션의 현실화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또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트렌드와 온라인의 오프라인 대체, 직구로 표현되는 유통구조의 혁신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있는가. 그 원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을 알면 향후 전개과정을 가늠하고 적절한 대비가 가능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근거로 한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개인들은 상당한 자금을 비축하고 있다.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은 개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의 증가를 가져왔다. 특히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급등했다.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고 있고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 이른바 억눌렸던(pent-up)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타격이 컸던 서비스 수요를 시작으로 상품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고용도 늘어나고 임금과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다.

코로나19는 진정된다 해도 가계저축이 실제로 소비로 이어질지, 아니면 자산시장에 머물 것인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서비스나 상품 공급이 코로나 이전처럼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인지, 노동시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인지 등 앞으로 점검할 포인트가 많다. 수요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공급은 코로나 이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기대와 실제치가 누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재정지출의 확대 속에 통화정책의 변화 여부가 관건이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1조9천억달러의 재정지출이 추가 집행될 예정인데, 지난해와 올해 지출 규모는 2차 세계대전의 재정 확대와 비견될 만큼 막대한 규모다. 재정적자의 확대와 국채 발행의 증가가 불가피하며, 이는 채권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으로 나타난다. 결국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이 없다면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호주 중앙은행처럼 미국 연준도 시장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채권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또한 정책금리의 변화 여부와 시점도 관건이다. 앞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일시적으로는 분기 성장률이 크게 오르고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데 이를 얼마나 용인하고 인내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이다. 현지 시각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되는데 아직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정책 변화가 없다면 단기금리가 안정된 가운데 장기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수 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장단기 금리차의 확대는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또한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레버리지 투자가 줄어들고 자산시장 과열이 진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산별로는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주식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특징이었다면 지금은 이러한 괴리가 해소되는 국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실물경제가 기지개를 피는 시점에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정책당국에 무슨 큰 문제일까. 시장에서 다소 과하다고 인식될 수 있지만, 실물경기를 제대로 살리는 데 집중하고,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고 자산시장으로 쏠린 자금도 다시 끌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칼라무스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Calamus Gladio Fortior)'라는 라틴어 문장에서 따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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