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세계 각국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선보이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에서 퍼스트 아웃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의 정책변화가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는 시점과 맞물려 향후 금융시장 변화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긴축은 향후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에 대한 '부분적인 예고편'이다.

중국이 정책을 정상화하는 방식을 보면 다른 나라가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할 때 어떠한 노선을 밟을지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점진주의(gradualism)"라고 강조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솽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통화당국이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고 긴축하려는 의도가 매우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코로나 통제에 성공했다. 이후 통화정책에도 '퍼스트 인 퍼스트 아웃(first in first out)'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산 거품과 기업부채는 중국 정부가 유동성 홍수를 통제해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 자산 거품·부채 압박에 정상화 필요

궈수칭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거품을 언급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회색 코뿔소"라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란 예상할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리스크를 뜻한다.

마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올해 초 한 토론회에서 주식·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며 통화정책을 적절히 전환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쥔 위원은 "경제성장률 목표치 설정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 통제를 중시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는데, 실제로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는 '6% 이상'이라는 보수적인 성장률 목표치가 나왔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8~9%대가 아닌 6% 이상이 지도부 목표인 이유는 디레버리징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마 위원은 "빚이 빠르게 증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2015년부터 노력을 기울여온 디레버리징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뤄진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들린다.

류위안춘 중국 인민대 경제학 교수는 디레버리징과 관련해 "현재는 큰 개혁을 진행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지난 1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썼다.



◇ '점진주의'로 금융시장·실물경제 충격 완화

실물경제는 아직 자금이 필요하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광범위한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규모존량(社會融資規模存量)은 2월 말에 1년 전보다 13.3% 늘어났다. 융자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다. 따라서 정책을 정상화하면서도 코로나 타격을 받은 경제주체에는 선별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왕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주임은 다만 "우선적인 목표는 레버리지를 안정화하는 것이지만, 정책 긴축이 지나치거나 너무 빠르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금융 대출 증가율을 30% 이상으로 잡았다. 부채가 많은 부동산 섹터가 신규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것과 대조적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이어지면서 정책을 적절하게 조절할 테지만 온건한 방식을 쓸 것"이라면서 임시적인 정책의 정상화로 발생하는 충격을 상쇄하는 구조적인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통화긴축이 단계적이어도 시장은 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 예상보다 많은 양의 유동성을 거둔 영향으로 은행간금리가 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갑작스레 금리가 튀면서 본토 증시가 하락했는데, 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여 주가 거품을 키울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점진적인 정책 정상화가 아니라면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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