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2020년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간편결제는 카드 정보를 스마트폰 등에 미리 저장한 뒤 비밀번호나 지문 등으로 인증해 결제하는 서비스다. 간편결제 10건 중 6건이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진행됐다. 반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16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거래가 급증한 영향도 있겠지만 핀테크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핀테크는 빠른 속도로 기존 금융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기존 방식에 익숙했던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편리함에 있다. 핀테크는 금융서비스의 불편함을 '금융'이 아닌 '이용자 경험(UX)'의 관점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어렵고 복잡했던 금융서비스를 쉽고 간단하게 바꿔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본인인증이나 서류제출은 이용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영업점에 직접 갈 필요 없이 금융회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선택만 하면 된다.



이렇듯 기술력과 창의성으로 소비자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온 핀테크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건 현재와 맞지 않는 오래된 규제들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등을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사업자로서는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 사업 확장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자유로운 해외에서는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어펌(Affirm)은 신용카드 없는 외상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계좌에 충전된 금액 없이도 일시불은 물론 할부판매 신용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호출서비스였던 고젝(Gojek)은 전자지갑과 디지털결제를 담은 핀테크 서비스 고페이를 출시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슈퍼앱이 됐다. 모두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다.



글로벌 10대 기업 중 7곳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는 세계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유니콘 기업 528개 중 핀테크가 72개로 가장 많다. 이와 달리 한국의 13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핀테크는 1개에 불과하다.



다양한 소비자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탄생하고, 해외 경쟁력을 갖춘 국내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전금법은 2006년 제정돼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현재 디지털 금융에의 적용이 어렵다. 개정안은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도화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금융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디지털 금융의 기본법이다.



전금법 개정으로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젊고 창의적인 핀테크 기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와 맞지 않는 업종 분류가 간소화되고, 최소자본금 규제가 합리화되면서 초기자금 조달이 어려운 스타트업이 핀테크업에 첫발을 내딛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계좌를 생성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신설되면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편리함만큼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원한다. 디지털 기술은 빠르고 간단하지만, 해킹과 같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전금법 개정안은 이용자 보호 및 보안 강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자 예탁금을 별도 외부기관에 보관 및 예치하도록 하고,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전자금융업자가 입증하도록 했다. 소비자 안전과 디지털 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들이다.



전금법 개정 이야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논의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있었지만, 소비자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편하면서 안전한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전금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길 기대한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0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