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바로 간편결제다. 'OO페이', 'OO머니'라는 명칭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돈을 충전하고 결제하는 방식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돈)가 전자적 방식으로 저장(디지털화)돼 발행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OO머니)를 의미한다. 흔히 기프트카드로 불리는 선불카드의 개념을 디지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현재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일례로 'C 카드'는 '번개'라는 게임과 같은 포인트 적립시스템과 높은 적립율(결제 금액의 50% 적립 등)로 화제가 됐다. 일반 체크카드와 외형이 동일하고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은행계좌에서 가맹점으로 곧바로 결제되지 않고, 중간 단계인 선불전자지급수단 'C 머니'로 충전된 후 'C 머니'가 결제된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 가능한 '카드'로 영역이 확대된 것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현재 외국환거래 상에서의 사용이 허용됐고, 여신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2019년 외국환거래법 관련 규정들이 개정되면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해외거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최근 금융위원회는 'N페이'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N페이'에 여신 기능이 탑재될 예정에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기본적으로 소액 결제 시스템이어서 이용 가능한 금액의 제한은 있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 관리하는 전자금융업자들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의 시장인 여신?외국환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는 데 의미가 있다. 전자금융업자들이 할 수 있는 금융업 영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절차도 진행되고 있어 장래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변신'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액 결제는 규모는 작지만 빈도는 다수여서 속도를 비롯해 안정성, 보안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전자금융업에 진출하는 다수의 핀테크 회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비판과,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은 강력한 규제를 적용 받는 것에 비해 '혁신금융'이라는 이유만으로 핀테크 업체들은 지나치게 혜택을 부여받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각종 'OO페이'들의 높은 적립율과 혜택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본질과 관계없이 운영하는 회사의 출혈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혁신금융'이지만 '혁신'은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벌써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는 물론이고 일반 매장에서 결제할 때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대신에 '머니'를 충전하여 결제하기도 하고, 소액을 주고받을 때에도 카카오톡을 이용해 '머니'로 송금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휴대전화만으로 이루어지며,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머니'를 굳이 현금으로 바꾸지 않고 '머니'로 남겨두고 있다. 대중은 이미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디지털화된 자산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향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암호화폐와의 연계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금융회사의 금융 시장 진출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변신에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유) 충정 최선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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