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폭스바겐 '파워데이'가 쏘아올린 공에 'K-배터리'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 조정에 나섰다.

24일 연합인포맥스 기업분석(화면번호 8020)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각각 29만 원과 110만 원으로 낮췄다. 각각 기존 목표 주가 36만 원과 125만 원에 비해 19%, 12%씩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이는 지난 15일 폭스바겐의 배터리데이 행사인 '파워데이(Power Day)'에서 2023년부터 신규 각형 배터리를 적용해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후 첫 목표주가 조정이다.

폭스바겐이 국내 업체들의 주요 배터리인 파우치형과의 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전기차 36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유럽 내에서 자체 생산, 즉 '내재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2차 전지 관련주엔 악재가 됐다.

파워데이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전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하락해 종가 기준 6.2%, 13.1% 하락했다.

또다른 배터리셀 업체인 삼성SDI 주가도 타격을 받아 지난 16일 이후부터 전일까지 8.2% 하락하기도 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그간 폭스바겐의 최대 배터리 공급 업체 중 한 곳이었고, 향후 수주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배터리 사업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옛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으로 2차전지 자회사다.

다만 현재까지 증권가의 배터리 섹터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의 생산성 증대 계획이 비현실적인데다 막대한 개발비용 등으로 급격한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 우려는 과하다는 게 우세하다.

하나금융투자는 2차 전지 관련주로 삼성SDI, 에코프로에 '탑픽(Top pick)' 전망을 유지하며 최근 조정을 거친 일진머티리얼즈,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도 추천주로 제시했다.

김현수 하나금투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의 내재화 계획을 감안하면 한국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 현재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격차가 상당하며 내재화 이슈에 따른 최근 조정을 강력한 매수 기회로 삼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도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도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배터리셀 업체들에 대한 단기 센티먼트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1GW당 7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들고 기술 인력 확보의 어려움, 높은 연구·개발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