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계의 중앙은행 총재나 다름없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각국 통화의 교환 가치인 환율이 정해지고 거시경제의 지형까지 요동치기 때문이다.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이 이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미국채 수익률이 춤을 추고 환율도 출렁거리고 있어서다.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등 위험자산은 미국채 수익률이 오를 때마다 새파랗게 질리고 있다.

파월은 2023년까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해도 금융시장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미국의 거시 경제지표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주에도 의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그는 상원 증언에서 "채권금리의 상승은 '질서정연한 과정이었다(an orderly process)'"면서 "매우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상승한 것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있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며 너무 높은 인플레도 예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재차 밝혔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듯한 연준의 최근 입장이 그대로 투영된 발언으로 풀이됐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연준의 이런 기류를 뒷받침했다. 보스틱 총재는 최근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최근 국채금리의 상승에 대해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연준이 통화정책 차원에서 시장을 옥죄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자체적인 조정까지 방어하지는 않겠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보인 표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질서정연한 과정이었다(an orderly process)'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최근의 미국채 수익률 상승세에 대한 연준의 긍정적인 기류까지 감지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은 세계 대전급 충격을 안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임무에 전념해왔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파티가 한창일 때 흥을 깨는 파티푸퍼(party-pooper)로 역할에 충실해야 존재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파월의 발언을 이런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도 있다. 시장이 너무 취약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앞에 나서서 흥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파티 참석자 스스로가 너무 과도하게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성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는 연준의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파월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의 이런 속내가 '질서정연한 과정이었다(an orderly process)'는 표현으로 드러난 건 아닐까.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이 채권 매수 프로그램의 확대 요구 등에 대해 끝내 함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채권 매수 프로그램의 추가적인 완화 요구는 그동안 거의 공짜점심처럼 챙겼던 자산인플레에 따른 수익을 연장하거나 확대해달라는 시장의 투정일 수 있어서다. (배수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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