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증권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순자본비율이 1,000%를 웃돈 곳이 늘었다.

국내 부동산·금융규제가 확대되면서 투자 보폭이 줄어든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인 행보를 유지한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선물사의 자본 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이 필요유지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유화증권이 새롭게 1,000%대 순자본비율을 달성했다.

2019년 기준으로는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6개 사가 1,000%대를 기록했는데 2020년 기준은 9개사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순자본비율은 1,987.0%로 1위를 유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829.9%, 신한금융투자 1,677.7%, 메리츠증권 1,659.6%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증권은 1,515.8%, KB증권은 1,474.1%, NH투자증권은 1,226.0%, 하나금융투자는 1,214.6%, 유화증권은 1,002.4%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각각 875.6%, 827.2%였다가 1,000%대로 신규 진입했다. 유화증권도 974.9%에서 뛰어올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늘면서 자본금도 증가했고, 지난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를 줄여 순자본비율이 증가했다"며 "연간으로 위험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ELS 발행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투자 관련 규제로 우발채무를 줄이면서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늘었다"며 "그럼에도 지난해 수익이 훼손되지는 않았고, 순자본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이 좋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중형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 역시 약진했다.

키움증권은 2019년 기준 462.9%에서 2020년 기준 973.4%로 훌쩍 뛰었고, BNK투자증권은 663.1%에서 893.8%로 올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79.9%에서 624.4%, 교보증권은 434.9%에서 638.9%로, 하이투자증권, 412.5%에서 518.9%로, 현대차증권은 498.4%에서 507.5%로 올랐다. 신영증권은 604.7%에서 653.8%로 높아졌다.

한편, DS투자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은 순자본비율이 낮아졌다. DS투자증권은 344.4%에서 307.1%로, 카카오페이증권은 320.2%에서 176.1%로 낮아졌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처럼 순자본비율이 급증한 것은 투자가 본업인 증권업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내놓았다.

부동산이나 금융 관련 규제로 손발이 묶이고, 투자가 여의치 않았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순자본비율이 떨어져도 수익이 많이 나면 그만큼 투자를 잘한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순자본비율이 갑자기 올랐다는 것은 투자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부동산, 금융 관련 규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기존에 하던 딜을 줄이고, 투자를 제대로 못 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투자를 막아 순자본비율이나 레버리지 비율이 좋아져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IB(Investment bank)에 각종 규제를 가해 위험투자를 막은 것을 부실을 줄였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