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금융시장은 1년 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폭락장세를 겪었지만, 곧 반등하면서 이전보다 더 상승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시기가 짧은 고통 후 긴 호시절을 안겼던 셈이다. 오히려 백신 국면이 시작된 지금 금융시장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감염증을 이겨내느라 쏟아부은 유동성의 부작용이 드러나는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우선 최근 나타난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가 세계 자산시장을 떨게 했다. 기대 인플레를 반영한 미 장기 국채 금리의 급등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기대를 키웠다. 백신 접종으로 세계가 코로나가 없던 시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일이지만 금융시장은 이전의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약해진다는 의미이니 화들짝 놀란 셈이다. 연준 의장이 전망 아닌 실제 상당한 경제의 진전을 봐야 완화 통화정책을 되돌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 불안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금리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증권사, 연기금,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성적표가 실제 재무제표에 숫자로 반영돼야 할 시기도 도래했다. 미국 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지난해 업종별 리츠의 수익률은 소매업종이 마이너스(-)25%, 숙박·리조트는 -23%, 사무용 빌딩이 -18%, 주거가 -10% 등이었다. 빌딩 가격이 16% 하락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도 뉴욕시 재산세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수익률이 급락했던 업종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투자자에 숨 돌릴 틈을 주는 대목이다. 또 금융감독당국과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기관의 해외 투자 부실에 대한 모니터링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점도 다행이다.

앞으로 유동성이 부린 마법이 약해지면서 시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계속될 것이다. 지난주 뉴욕과 중국 증시에 부정적 충격을 줬던 아케고스캐피털발 대규모 주식 처분과 이후 헤지펀드의 연쇄 마진콜 가능성, 이 펀드들에 대출해줬던 투자은행의 대규모 손실 소식이 등장하는 점도 유사한 현상으로 보인다. 요즘은 더군다나 분기 말이다. 이 시기에 연기금을 포함한 펀드는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어 앞으로 기업 이익의 방향성도 드러난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증세 관련 발표도 곧 예정됐다. 미중, 북미 간 외교적인 안정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예기치 못한 일련의 사건 발생은 위험자산 가격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이는 이자율이 높아지는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선호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 최근 뉴욕증시의 공포지수(VIX)가 낮은 데도 달러 인덱스는 높은 배경이다. 하지만 시장도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이미 알려진 재료에는 덜 반응한다.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경기 낙관에 대한 기대를 유지할 정도로 나온다면 기대 인플레와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걱정도 줄 것이다. 신기하게도 딱 1년 전에 이전에는 없던 여건이 펼쳐졌고, 지금 다시 '데자뷔' 같이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누구나 새로운 길을 갈 때 조심스럽다. 시장도 시간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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