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 차액결제(CFD) 거래가 점점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CFD거래는 실제로 투자상품(주식 등)을 보유하지 않지만 해당 상품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이어서 레버리지를 활용할 경우 실제 투자금액보다 거래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거래에 의한 국외기관 예치금은 5천166억2천292만9천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의 CFD거래 관련 CGS CIMB증권 예치금은 928억1천440만3천원(환율 1,088.00원 적용)에 달했다.

CFD거래가 차액결제로 이뤄지는 특성을 고려할 때 예치금은 증거금 성격으로 실제 거래 규모는 몇 배가 된다.

키움증권의 예치금으로 레버리지를 2배만 적용해도 거래 규모는 1조원을 훌쩍 웃돈다.

키움증권이 2019년 6월부터 CFD거래를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반만에 조 단위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개인 고객이 많은 만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CFD거래는 더욱 눈길을 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세종시갑)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반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CFD 거래규모는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2월말 기준 월별 CFD거래 잔액은 4조397억원이었는데 이는 2019년 10월말 8천억원대와 비교할 때 급증한 수준이다. 2월말 기준 전문투자자는 1만1천720명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 거래의 경우 증거금율이 약 20% 정도인데 풀(full)로 레버리지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문투자자들만 할 수 있는 거래라 고객군 중 이런 니즈가 있는 증권사라면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CFD 거래의 규모가 커지자 대형증권사들도 점차 뛰어들 태세다.

삼성증권은 오는 1일부터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CFD거래를 새로 시작한다. 거래가능한 기초자산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천800여개 종목이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도 CFD거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4월부터 파생상품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서 CFD거래는 전면에 부각됐다.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으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과 달리 CFD거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이른바 '빚투'에 대한 우려다.

CFD거래가 적은 자금을 활용해 10배에 가까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마진콜의 충격도 크다.

이런 위험은 실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증시를 뒤흔든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마진콜 사태에서 CFD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가 아케고스와 총수익스와프(TRS), 차액결제(CFD) 계약을 맺고 자금을 빌려주면서 약 32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케고스 캐피털의 레버리지가 5~8배인 점을 고려할 때 은행들의 전체 손실액이 최대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JP모건의 추정이 보도되기도 했다.

올해초 국내 증시 조정국면에서도 변동성이 컸던 이유 중 하나로 CFD가 꼽히기도 했다.

CFD거래는 거래 주체가 외국인으로 잡히는 데다 거래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CFD거래가 장외파생상품이라 정확하게 거래 규모를 집계하기 어렵고, CFD계약에 따른 주식거래를 한국거래소에 전송하는 실제 주체가 외국계PB라 내국인이 투자해도 외국인으로 집계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CFD거래의 증가는 장중 강제 청산제도 때문에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탁자산평가금이 일정수준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CFD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위험관리를 위해 반대매매로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시키는데 이런 기계적인 매도 집행은 시장참여자의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추가적인 매물 출회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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