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에 재정위기가 닥칠 조짐이 보이자 스위스 은행에 거액을 맡긴 그리스 고위층 2천여 명의 명단이 공개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명 '라가르드 리스트'로 불리는 이 명단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던 2010년 HSBC 스위스 지점에 비밀계좌를 개설한 각국 인사의 명단을 입수, 탈세 조사 공조를 위해 그리스와 영국 정부에 넘겨준 것이다.

그리스인이 스위스 비밀 계좌에 맡긴 돈은 2007년 기준으로 19억5000만달러(2조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이 명단을 탈세자 소탕에 활용하라며 그리스 재무부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명단의 전달 여부를 놓고도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집권층과 유력 기업가가 연루돼 있어 명단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이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 대표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대중의 불만이 커지자 무죄로 풀려나는 일이 벌어졌다.

명단에는 현재 사망한 전직 장관 1명을 포함해 전직 장관 3명과 안토니스 사마라스 현 총리의 자문 1명 등 정치인들을 비롯해 이름난 선주와 사업가, 언론인, 의사, '주부' 등이 들어 있다.

정치권이 명단 공개와 조사를 주저하자 재정 긴축으로 고통받던 그리스 대중은 분노에 휩싸였다.

더욱이 정부가 탈세 혐의자에 대한 조사에는 뜸을 들였지만 폭로 언론인은 신속하게 체포해 재판에 회부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리스 당국은 공개된 명단에 날짜와 예치금액 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본인지 불확실하며, 진본이라 하더라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용이 첨삭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도 이 명단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국세청이 자산내역 추적 등이 어렵고 세수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비밀계좌를 보유한 영국인 대부분을 탈세 혐의로 형사처벌하지 않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해결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태문영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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