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수천억원대 손실을 낸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를 위한 실질적인 배상절차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예정된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계약취소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다자배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5일 예정된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조위를 앞두고 계약취소와 손해배상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했다.

현재로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권고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투자제안서에서 언급한 공공기관(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국가철도공단·춘천시·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이들의 매출채권의 실재성이 없다는 답변을 기반으로 계약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까지 마쳤다.

옵티머스펀드 설정액 5천151억원 중 NH투자증권은 약 84%에 해당하는 4천327억원을 판매했다. 하이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325억원과 287억원을, 케이프투자증권은 148억원을 팔았다.

계약취소의 경우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전액 반환해야 한다. 이후 문제가 있는 펀드를 설정한 운용사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이미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중분해가 된 만큼 손실 모두가 판매사의 몫이다.

분기 실적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을 홀로 감당하게 된 NH투자증권은 '다자 배상' 카드를 제시했다. 이는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권고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옵티머스의 경우 라임 등 앞선 사모펀드 사태와는 달리 펀드 수탁은행의 잘못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최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옵티머스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를 결정했다. 이는 금감원이 제시할 수 있는 기관제재 중 인가(등록) 취소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중징계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현장검사를 통해 하나은행이 신탁계약과 다른 운용지시를 따라 문제가 있는 사모사채를 취득·처분함으로써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의 경우 운용사의 사기가 근본문제지만, 운용지시와 다른 자산을 사들이고 파는 것은 펀드 책임자 수준을 넘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에 단순 수탁업무만 담당한 만큼 중징계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했다. 펀드 이관을 위한 가교운용사 참여에도 부정적이다. 자칫 수탁은행으로 다자 배상에 참여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인 긴장감도 크다.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배상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옵티머스펀드의 회계처리와 기준가 산정 업무를 맡은 예탁원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 내에선 예탁원이 단순계산 업무만 담당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예탁원의 펀드회계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산하 공공기관만 감싼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예탁원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투자자를 위한 신속한 분쟁조정을 약속한 금감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5일 열릴 분조위를 통해 확정된 조정서를 늦어도 다음주 안에 발송할 예정이다. 조정서를 받은 판매사는 늦어도 20일 안에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NH투자증권이 홀로 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계약 취소'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음을 예고한 만큼 금감원은 재차 배상안을 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NH투자증권만을 대상으로 배상안이 결정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원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계약별 소송도 필요해 반환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NH투자증권은 다자배상이 결정되면 투자자에게 선제로 전액 배상한 이후 하나은행, 예탁원 등과의 책임 소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자배상을 위해 관계사인 하나은행과 예탁원이 모두 포함돼야 하는데 하나은행의 경우 검찰의 수사결과가, 예탁원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 상황에선 당장 다자간 배상이 어렵지만, (NH투자증권이 조정안을) 불수용하면 단독 내지 다자간 배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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