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배수연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고용상황이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올랐다. 2조 달러에 이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재건 계획은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이 제한됐다. 재원 조달방안으로 증세안이 함께 발표되면서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 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6.9bp 하락한 1.680%를 기록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4.1bp 내린 2.341%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0.2bp 오른 0.160%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59.1bp에서 152.0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화됐다. 미국의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다시 늘어나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다. 미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6만1천 명 증가한 71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 67만5천 명을 웃돌았다.

지난 3월 미국 기업의 감원 계획이 대폭 줄어들면서 실업보험청구건수 증가에 따른 파장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됐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는 이날 3월 감원 계획이 전월보다 11% 줄어든 3만603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기업이 큰 타격을 입기 시작한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무려 86%나 적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가장 적고, 2019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지난 3월 미국의 제조업 활동 지수는 3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경기회복을 예고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60.8에서 64.7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10개월 연속 확장세며 1983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시장은 이제 '성금요일'(부활절 전 금요일)로 증시가 휴장하는 2일에 발표되는 3월 비농업 신규고용 등 고용지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시장은 신규고용이 65만 명 증가했을 것으로 점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100만 명가량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조 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에도 미 국채 장기물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는 등 채권시장에 대한 파장은 제한됐다. 증세 방안이 함께 발표되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수급 부담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면서다.

유럽지역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미 국채 장기물 수익률 하락세를 뒷받침했다.

유로존의 주요국인 프랑스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시 전국을 봉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봉쇄령을 발표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이번 봉쇄령에 따라 기업 15만 곳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 매월 110억 유로(약 14조5천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도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6만5천700명으로 1주일 전보다 22% 증가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점점 더 퍼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발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치명률 모두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MUFG의 이자율 전략가인 존 허먼은 "미국 경제가 9개월간의 경제 성장기라는 문턱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며 "단기 수익률과 장기 수익률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에 대한 베팅을 여전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포트 글로벌 홀딩스의 톰 디 갈로마는 "사람들은 지난 두 거래일 동안 채권시장의 이러한 반등 랠리가 아마도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금요일 고용지표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4월과 5월에 수익률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채권 매도를 선호한다"면서" 2일에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76%를 넘어서면 1.90~1.95%까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행콕 자산운용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매트 미스킨은 "미 국채 수익률이 최근 급등세를 보인 후 마침내 진정 기미를 보이는 것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수익률이 상승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FHN 파이낸셜의 이자율 전략가인 짐 보겔은 미국 국채 가격은 제4차 팬데믹 파동이 임박했다는 CDC의 경고와 유럽의 봉쇄 연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 재정 부양, 백신 등 3가지 테마가 1분기를 주도한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이번 국면에서 이런 정체 현상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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