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이익잉여금 증가와 자본확충 효과로 개선세를 나타냈던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이 지난해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보험사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이 증가한 점 등이 RBC비율 둔화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말 평균 RBC비율은 297%였다.

직전인 지난해 3분기말 이들 업체의 평균 RBC비율이 30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6%포인트(p)가량 빠진 셈이다.

앞서 실적 개선 등의 효과로 올해 1분기 말 281%였던 생보업계의 RBC비율은 3분기 말 20%p 이상 오른 수준까지 뛰었다.

특히, 이번 RBC비율은 과거 채권재분류를 통해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늘리는 조치를 취한 곳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컸다.

DGB생명은 지난해 5월 말 4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면서 188% 수준이었던 RBC비율을 3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이는 향후 초저금리 기조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매도가능증권 규모를 늘려 채권평가이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DGB생명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은 지난해 2분기 말 4천691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금리의 방향성이 바뀌면서 DGB생명의 RBC비율도 출렁이고 있다.

이미 3분기 말 50%p가량 떨어져 274%까지 내려왔던 DGB생명의 RBC비율은 4분기 말에는 추가로 악화해 228% 수준까지 낮아졌다.

같은기간 채권평가이익이 1천억원가량 줄어든 점이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3분기 30조원 이상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NH농협생명 또한 RBC비율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곳 중 하나다.

앞서 NH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2분기 말 194%에서 채권재분류에 더해 유상증자 효과까지 겹치면서 315%까지 확 뛰었다.

다만 4분기 시장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이 7천억원가량 급감, RBC비율 또한 288% 수준으로 낮아졌다.

보유 채권 전체를 매도가능계정에 쌓아두고 있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오면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은 각각 1조3천억원과 8천억원가량 급감했다.

RBC비율 또한 한화생명은 265%에서 238%로, 교보생명은 356%에서 333%로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RBC비율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대형사의 경우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금리의 방향성을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는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평균 247% 수준까지 확대됐던 손보사의 RBC비율은 4분기 들어서는 234%까지 내려왔다.

대체투자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실적이 둔화한 롯데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의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둔화해 162%, 175%까지 낮아지는 등 다수의 손보사가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MG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1천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RBC비율이 135%까지 떨어진 케이스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수준이라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RBC비율이 낮은 손보업계를 중심으로 자본인정증권과 부동산 매각 등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엔 금리 방향성까지 바뀐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응 이슈도 남은 만큼 향후 자본확충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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