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 손실 외국계은행, 국내 스와프 시장 비중 상당해
지난 2016년 도이체방크, '베드네임' 분류…"일단 사태 예의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블록딜을 초래한 아케고스 캐피탈 손실 사태에 국내 스와프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연계되면서 그 파장이 국내 시장에도 이어질지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과거 2016년에는 도이체방크가 주택저당증권(MBS) 부실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어내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도이체는 국내 기관들에 소위 '베드 네임'으로 분류돼 스와프 거래가 차단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일 스와프 시장에 따르면 이번 아케고스 캐피털과 관련해 거액의 손실이 예상되는 은행 명단에는 시장에서 상당한 거래 규모를 차지하는 시장의 '큰손'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케고스에 익스포저가 있는 은행으로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UBS, 웰스파고,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거론된다.
이미 노무라가 손실 추정액을 20억 달러로 밝혔고, CS는 32억~40억 달러 손실이 추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손실액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CS는 신용등급 전망도 강등됐다.
S&P는 CS의 장기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했으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손실과 신용등급 하향은 지난 2016년 도이체방크 우려로 인한 은행간 외환 크레디트 라인 축소를 연상케 했다.
당시 도이체방크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MBS 부실 판매 혐의로 140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요구받았는데, 그 외 신용등급 하락 등과 겹치며 우려가 커졌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등을 고려해 도이체방크와 거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 도이체방크와 CS는 2016년 12월에 비슷한 혐의로 각각 72억과 53억 달러 규모 벌금에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그 정도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앞으로의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스와프 딜러는 "아직은 베드 네임 분류까지는 모두 없다고 하는데 향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베드 네임으로 분류된 외국계가 스와프에 소극적으로 되면 플레이어는 증권 쪽으로 옮겨가게 된다"고 말했다.
스와프 시장의 한 관계자는 "노무라와 CS는 모두 메인 플레이어"라며 "뉴스에 알려진 손해 정도면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아직 시장에 반영된다는 느낌은 없어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당장은 손실액이 상당한 한두 곳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만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면 시장 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JP모건은 전체 은행의 손실액은 최소 50억에서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들의 손실액 확정 외에도 법에 따른 과징금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해당 사안에 현재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시장의 동요가 있을 때 하는 통상적인 절차로 예비조사가 불법행위 혐의에 대한 본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사가 범죄 행위와 연계돼 있으면 거래를 끊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전체 유동성이 일부 둔화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현재는) 한두 곳 이슈만 크게 나오지만, 만약 이슈가 커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IRS 시장 영향과 관련해서는 "비드-오퍼 스프레드를 늘릴 수도 있고, 대차대조표 제약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끝)
- 기자명 노요빈 기자
- 입력 2021.04.02 10:33
- 수정 2021.04.02 11:08